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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신곡동의 마을 북카페 '나무'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설사 지금의 공간이 없어지더라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땀과 눈물로 일궈왔던 역사만큼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 마을카페 '나무'의 6년을 기록합니다.[편집자말]
 페인트칠 일손 보태주러 왔다가 주로 먹고 가는 아이들
 페인트칠 일손 보태주러 왔다가 주로 먹고 가는 아이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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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구한 공간은 한때 재개발조합이 운영하던 사무실이었다. 한동안 재개발 붐이 일었다가 꺼지면서 텅 비어버린 곳으로, 홀은 그냥 시멘트 벽면이었고, 안쪽에 자리한 작은 방은 누런 벽지가 붙어 있는 상태였다. 있는 거라곤 홀 벽면에 달린 비뚤어진 수도꼭지와 거대한 액자 하나가 전부인, 그야말로 휑한 공간이었다.

처음엔 넓은 게 장점인 줄 알았는데, 막상 계약하고 보니 해야 할 일투성이인 단점이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도장을 찍은걸. 돈은 부족하고, 할 건 많고.

어쩔 수 없이 우리가 택한 전략은 '최대한 우리 손으로'였다. 우리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즐거움과 보람, 함께 준비하는 가치를 추구한다기보다, 정말 돈이 너무 부족했기에 쓸 수밖에 없는 방법이었다.    

우리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간다는 것

'함께 페인트 칠해주실 분~ 점심 제공! 아이들 환영!'

이렇게 SNS에 홍보하고 직접 페인트 매장에 가서 페인트를 사 왔다. 아이들도 자주 사용할 공간이니 돈이 좀 들더라도 페인트만큼은 친환경 제품으로 사자고 의견을 모은 뒤 서울에 있는 친환경 페인트 매장까지 다녀왔다.

페인트칠하는 날. 출자에 동참한 지역주민들과 아이들이 작업복 차림으로 모였다. 화장실과 홀, 작은 방까지 칠해야 해서 할 일이 많았다. 
 
 작업하다 잠시 쉬는 시간
 작업하다 잠시 쉬는 시간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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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칠을 도와주러 왔다가 주로 먹고 가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어른, 아이 함께 모여 일하고 쉬고 참을 먹어가며 작업을 하노라니 마을카페를 우리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간다는 기쁨이 컸다(이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처음 마을카페를 상상하면서 떠올렸던 첫 번째 이미지는 원목 테이블과 원목 의자였다. 하지만 원목 테이블은 결코 우리가 살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원목 테이블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마침 작은 목공방에 다니던 실무자 한 명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까짓 거, 테이블 만들지 뭐."

상판은 직접 만들고 다리는 황학동 가구거리에서 구입 후 조립하는 방식이 그나마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었다. 상판에 쓸 나무는 공방에서 자작나무로 구입해 재단까지 한 후 공간으로 옮겨 왔다.

먼지가 바닥에 수북이 쌓이고, 오른팔 근육에 경련이 일도록 사포로 문지르기를 여러 날. 사포질이 끝난 후엔 칠을 하고 말리고, 다시 마감재를 바르고 말리고, 또 바르고 말리는 지난한 과정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미리 가구거리에 가서 주문해놓았던 스테인리스 재질의 다리를 피스로 박아 테이블을 완성했다. 해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드디어 테이블 작업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만큼 힘든 작업이었다.
 
테이블 만들기 목공방에서 재단해온 테이블상판 사포질 작업. 사이즈별로 8개의 상판을 사포질하는데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 테이블 만들기 목공방에서 재단해온 테이블상판 사포질 작업. 사이즈별로 8개의 상판을 사포질하는데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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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타일 작업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맨 손으로 백시멘트를 바르는 실무자 꽃숙이
▲ 부엌 타일 작업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맨 손으로 백시멘트를 바르는 실무자 꽃숙이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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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의 사포질에 지친 우리는 의자까지 만드는 것은 도저히 무리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중고가전을 사기 위해 들렀던 매장에서 마침 팔던 5천 원짜리 교실 의자를 대량 사들였다. 부엌 쪽은 지인을 통해 싱크대 하부장만 공사했고, 벽면의 타일 작업은 재료를 사서 직접 우리 손으로 직접 작업했다.

중고로 개당 만 원씩에 구입한 조명은 색을 다시 칠해서 달았는데 마침 다른 실무자의 남편분이 냉난방과 전기 관련 일을 하셔서 무료로 설치해주신 덕분에 추가 요금이 들지 않았다. 그 뒤로 폐업하는 카페에서 몇 개의 중고 의자를 더 사 왔고, 인테리어 자작나무도 동대문의 쇼핑몰에서 중고로 내놓은 걸 직접 차로 실어 와 설치했다. 

영수증을 못 버리는 이유

셀프 공사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바로 간판 만들기였다. 간판을 아예 안달 수는 없고, 수십만 원이 넘는 간판을 맞출 돈도 없었던 우리로선 직접 만드는 방법만이 최선이었다.

건물 입구 상부의 가로 길이를 아래쪽에서 자로 재고, 세로 폭은 사다리가 없어서 눈대중으로 잰 다음 인근 목재상에서 방부목을 구입했다. 방부목으로 밑판을 만든 뒤 얻어 온 폐현수막의 목봉으로 글자를 만들어 못으로 박았다. 약 이틀에 걸쳐 페인트와 마감재를 칠하고 말리고 못질을 해서 만든 간판은 설치 업자를 통해 7만 원에 달았다.
 
 로고 디자인은 내가, 칠하고 조각은 다른 실무자 꽃숙이가 해준 미니간판
 로고 디자인은 내가, 칠하고 조각은 다른 실무자 꽃숙이가 해준 미니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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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질해서 직접 만든 대망의 간판 달기
 못질해서 직접 만든 대망의 간판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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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5월 말에 시작한 셀프 공사는 7월에야 마무리됐다. 물론 그 후로도 할 일은 계속 생겨났지만 손님을 맞을 정도의 상태로 만들기까지 꼬박 두 달이나 걸린 셈이다.

한 푼이라도 아끼자고 지난한 노동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단순히 비용을 아꼈다는 평가로는 모자를 만큼 고마운 분들이 많다. 많은 출자자분들과 일손을 보태주신 분들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 중 하나는 비용을 잘 정리하고 함께 공유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첫 출자자 모임을 통해 모든 분들께 설립 비용과 관련된 결산 내역을 보고했고, 6년이 된 지금까지도 증빙서류를 보관하고 있다. 엑셀로 정리를 해두었음에도 아직까지 영수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함께 발로 뛰고 땀 흘리며 일했던 열정과 추억이 이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을북카페 나무 설립비용 영수증 자료
 마을북카페 나무 설립비용 영수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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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카페 운영이 어렵거나 힘들 때면 이 서류철을 들춰본다. '이때 누구랑 페인트를 사러 갔더라?' '못을 왜 이렇게 자주 샀지?' 하면서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면 그때 함께 페인트를 칠하고, 테이블을 만들던 사람들의 얼굴과 고생했던 일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어떻게 그렇게 해낼 수 있었는지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그걸 해냈다는 사실이 또 놀랍고 신기하다.

마을에서 주민들과 복작거리며 놀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꼭 전하고 싶은 팁 하나. 할 일이 많다고 소문을 내자. 정말 할 일이 많으니까! 
 
<마을카페 나무 인테리어 비용 결산>

-친환경 페인트 및 부자재 구입 : 498,400
-테이블 제작 및 배송 : (테이블 상판 180,800+ 다리 236,000+배송료 30,000)
-중고 의자 구입 및 운송료 : 175,000
-부엌 타일 작업 : 8,000(타일 0(기부)+백시멘트 4,000+실리콘 4,000)
-싱크대 하부장 설치 : 800,000
-데코타일 바닥 공사 : 620,000
-전등 설치 : 163,000(중고 전등 10개 100,000+전구 63,000)
-간판 제작 및 설치 : 148,000(방부목 및 바니시 등 78,000 + 설치비용 70,000)
-선반 제작용 목공비 : 44,000
-방석 제작 비용 : 60,000
-중고 인테리어 자작나무 : 50,000
-출입문(목문) 제작 및 설치(지인) : 90,000
-청소도구 및 기타 잡화 구입비 : 254,590
-주유 및 주차비 : 98,500
-식대 : 194,860
-운송비 : 100,000(기존 도서관 책장 및 도서, 컴퓨터 등)
-음료냉장고1, 등유온풍기 기증

→합계 : 3,651,150원
    
 
 365만 원으로 완성한 마을카페. 셀프 인테리어 후 주 방쪽 모습.
 365만 원으로 완성한 마을카페. 셀프 인테리어 후 주 방쪽 모습.
ⓒ 안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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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만 원으로 완성한 마을카페 전경
 365만 원으로 완성한 마을카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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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북카페 나무의 무임금 카페지기로 6년째 활동 중이며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에서 마을공동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