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바야흐로 웹툰 전성시대다. 한때 국내 만화시장은 해외 만화에 밀려 몰락의 길을 걸었다. 재능 있는 만화 유망주들은 많았으나 시장규모가 작아지다보니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고 그로인해 그림을 놓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 많던 만화방도 하나둘 자취를 감춰갔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만화잡지도 차례로 폐간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2010년경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며 다시금 만화시장에 활기가 일고 있다. 다름 아닌 웹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에 발맞춰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 등으로 즐길 수 있게 웹용으로 만화가 재구성되면서 새로운 황금기가 도래하고 있다. 각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앞 다투어 웹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그로인해 우수한 작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시장이 커진 만큼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으며 이는 웹툰시장을 넘어 타 대중 매체로까지 영향력이 번지고 있다. 소재, 스토리, 구성에서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은 영화, 드라마 등의 원작으로 영역이 넓혀지는 상황이다. 강풀, 김풍, 기안84 등 끼를 겸비한 웹툰작가들이 예능프로에서 연예인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웹툰의 소재는 한계를 정하기 힘들만큼 폭이 매우 넓어졌다. 그중에서도 유행을 타지 않고 있는 장르가 있으니 다름 아닌 학원 활극물이다. 10대, 20대 등 웹툰을 즐겨보는 주독자 층에서 인기가 높은 탓이 크다. 특히 나이가 많건 적건 학창 시절의 주먹전설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 사이에서는 마르지 않는 관심 분야인지라 꾸준한 인기소재로 쓰이고 있다.

물론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조장할 수 있다.', '학원폭력의 가해자들인 일진을 미화시켰다'는 등 일각에서는 좋지 않은 시각도 꾸준히 존재한다. 만화는 만화자체로 보는게 맞겠으나 워낙 인기가 좋고 그로인한 영향력도 크기에 생겨나는 우려라 할 수 있다.

최근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학원 활극물로는 단연 <약한 영웅>(글 서패스 그림 김진석)이 첫손가락에 꼽힐만하다. 모 포털사이트에서 일요일에 연재되고 있는 해당 작품은 지난해 5월 5일 시작하기 무섭게 인기몰이를 하더니 스토리가 한창 진행중인 지금까지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진가율, 연시은, 박후민, 고현탁(왼쪽부터)은 우연한 기회에 인연을 쌓게된다.
 진가율, 연시은, 박후민, 고현탁(왼쪽부터)은 우연한 기회에 인연을 쌓게된다.
ⓒ 약한영웅

관련사진보기

 
약한 소년, 강자들에게 정면으로 맞서다
 
기존에 인기를 얻고 있던 일반적인 학원 활극물과는 다른 색깔이 엿보인다. 친구들과 함께 자신을 괴롭히는 일진 패거리에 맞서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부분은 얼추 비슷하다. 하지만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비슷한 소재의 다른 작품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차별성을 띄고 있다.

작품 속 주인공 연시은은 <대가리>의 김구처럼 당당한 체구에 완력이 강하지도, <럭키짱> 강건마, <독고> 강혁, <통> 이정우 등처럼 투지로 똘똘 뭉친 싸움꾼도 아니다. 작고 마른 체구에 중학교 3학년 이전까지 싸움다운 싸움도 해보지 못한 학구파 출신이다. 싸움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이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렸으나 절친인 안수호가 일진 무리들에게 린치를 당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만큼 크게 다치자 충격을 받는다.

이후 자기 자신은 스스로 지킨다는 다짐 하에 상대가 공격해오면 피하지 않고 맞서는 인물로 바뀌게 된다. 물론 신체적으로 타고난 것도 없으며 싸움경험도 거의 없는 소년이 심리적으로 각성 한다고 해서 갑자기 강해지기는 힘들다. 아무리 만화라지만 연시은이 짧은 수련을 통해 크고 힘 좋은 일진들을 하나둘 때려눕힌다면 현실성이 급격하게 떨어질 우려가 높다.

연시은은 매우 머리가 좋은 소년이다. 자신의 현재 상태와 능력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연시은의 무기는 뛰어난 지능과 상황 판단 능력 등이다. 거기에 싸움 경험이 늘어가면서 타고난 센스까지 더불어 발휘된다. 작품속 최고의 싸움꾼 중 한명인 배지훈의 빠르고 강한 주먹을 어깨 움직임만 보고 피해낼 정도다. 매우 좋은 눈을 가진 것을 비롯 다른 이들의 싸움 장면을 보면서 끊임없이 분석한 결과다.

연시은은 주변의 사물을 이용하고 심리전까지 펼쳐가며 자신보다 크고 힘센 상대와 맞선다. 주로 예습하듯 상대와의 싸움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그려가면서 대비하는 편이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임기응변이 좋은 편이다.

방심한 상대의 팔을 가방끈으로 묶어버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따귀 연타를 날려 기선을 제압하는 것을 비롯 휴대폰, 바지 벨트, 쓰레기통, 커텐, 참고서, 샤프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생활무기화 시키는 방식으로 덩치 큰 일진들을 무너뜨린다. 거기에 예상치 못한 말과 행동을 통해 상대를 당황시키며 심리적 우위를 가져가며 싸움을 펼친다.

폭력을 싫어하는 성향상 먼저 시비를 거는 일은 절대 없지만 일단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되면 철저히 짓밟아버린다. 호되게 당한 상대들이 연시은과 다시 마주치게 되면 저승사자라도 만난 듯 움찔하며 기가 확 죽어버리는 이유다. 작고 희고 예쁘게 생긴 외모와 달리 독하게 싸움을 벌이는 스타일로 인해 이후 '은장 백사'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연시은의 싸움 스타일을 비겁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거기에 대한 연시은의 답변은 중간중간 싸움 전개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품 초반 학급짱인 최효만은 연시은을 만만하게보고 괴롭히다가 외려 자신이 호되게 당하고 만다. 이에 그는 자신의 친구를 둘이나 데려와 연시은을 합공하고 나선다.
 
 주인공 연시은은 뛰어난 머리와 상황파악 능력을 발휘해 심리전을 잘 활용한다.
 주인공 연시은은 뛰어난 머리와 상황파악 능력을 발휘해 심리전을 잘 활용한다.
ⓒ 약한영웅

관련사진보기

 
그들을 노려보며 연시은이 말한다.

"지금 나한테 비겁하다고 했냐? 뼈밖에 없는 내 몸뚱이, 160이 겨우 넘는 왜소한 몸, 애초에 싸움은 동등하게 시작될 수 없는 건데, 체급도 쪽수도 안 맞잖아!"

가장 최신화에서도 연시은은 형신고 패거리들에게 둘러쌓인다. 언제나처럼 자신의 방식대로 그들에게 충격을 주자 상대방 측에서 야비하다는 말이 튀어나온다. 거기에 대해 연시은이 답한다.

"애써 분위기 잡으며 말해봐야 설득력 없어. 나하나 잡겠다고 떼거리로 몰려온 니들이, 나한테 비겁하다고 징징대는 거? 니네가 생각해도 X신 같지 않냐?"
 
서로를 향한 의리, 친구와 함께 성장한다.
 
약하지만 스스로 용기를 쌓아가며 성장하는 인물로는 연시은 외에 서준태와 임주양을 들 수 있다. 작품 속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중간중간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화자 역할을 겸하고 있는 서준태는 연시은과 달리 여전히 약하기만한 소년이다. 유약한 성격 탓에 중학교 시절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바있으며 싸움을 잘하는 이들에 대한 동경심도 가지고 있다.

늘상 약자로만 살아왔던 서준태는 눈썰미가 좋은 편이다. 인근 학교 일진등  주목할 만한 인물들에 대해 누구보다도 빠삭하다. 무엇보다 그는 주인공 연시은의 정체(?)를 아는 유일한 인물이다. 동경하는 마음이 커진 상태에서 같은반 짝으로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게 되고 냉정하게만 보이던 연시은이 사실은 싸움을 무서워하며 용기를 내기위해 얼마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는지 알게 된다.

그 때문이었을까, 여전히 서준태는 약한 소년이지만 친구들이 어려움을 겪거나 위기에 빠졌을 때 애써 두려움을 참으며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힘이 센 것도, 연시은처럼 똑똑한 것도 아니지만 마음만큼은 진짜인지라 적어도 날이 갈수록 스스로의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주양, 연시은, 서준태는 본래 싸움과는 관계가 멀었던 캐릭터들이다. 이들이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약한영웅>을 즐기는 주 포인트다.
 임주양, 연시은, 서준태는 본래 싸움과는 관계가 멀었던 캐릭터들이다. 이들이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약한영웅>을 즐기는 주 포인트다.
ⓒ 약한영웅

관련사진보기

 
뒤늦게 등장한 임주양도 독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서준태와 중학시절 절친인 그는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해도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 나이 때 상당수 소년이 그러하듯 약해보이기 싫어 허풍을 좀 떠는 캐릭터 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임주양은 아주 강하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한수가 있었다. 나백진이 이끄는 연합소속 '하이바' 하희철을 기습적인 팔꿈치 공격 한방으로 기절시키며 깜짝 반전남 매력을 보여줬다.

아쉽게도 임주양은 현재 연재중인 부분에서 어느 정도 한계가 드러난 상태다. 그는 연시은, 서준태와 함께 형신고 이세한 휘하 '포도' 이공삼 패거리들에게 갇혀 위기에 빠진 상태다. 친구들을 위해 의리를 보이며 나서는 데까지는 좋았지만 주무기가 엘보우 카운터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이공삼에게 발각되며 난처해진 상황이다.

독자들 사이에서는 임주양이 '아직 보여주지 않은 또 다른 수가 있다, 없다'로 설전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셔틀같은 존재였다가, 일진들에게 어느 정도 맞설 정도의 한수를 장착하게 됐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받을만 하다.

연시은, 서준태, 임주양이 성장하는 약한 캐릭터를 대표한다면 또 다른 친구들인 '바쿠' 박후민, '고탁' 고현탁, '발가율' 진가율은 싸움을 잘하는 인물들이다. 반복적으로 연시은과 인연이 쌓여가면서 어울리지 않을 듯 은근히 잘 어울리는 친구사이가 되어간다. 싸움을 피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일진들같이 무리를 지어 동급생들을 괴롭히거나 나쁜 짓을 벌이지는 않는다.

중학시절부터 단짝이었던 박후민과 고현탁은 작고 연약해 보이는 모습으로 자신보다 훨씬 큰 일진들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연시은의 모습에 호감을 느낀다. 힘과 맷집이 원체 좋아 동급생 중에서도 상위 클래스를 유지했던 박후민은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놀라운 배짱을 보여주고 있는 연시은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른바 '깡으로 싸운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고현탁 입장에서도 자신 이상의 깡을 과시하는 연시은이 아주 마음에 든다.

연시은, 서준태, 임주양, 박후민, 고현탁, 진가율 라인에 변수가 있으니 다름 아닌 진태오다. 진태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치명적인 악역 중 한명이었다. 연시은을 못마땅하게 여긴 김필영의 사주를 받고 본격적인 '저격수'로 투입되었다. 성일중 시절부터 누군가를 괴롭히는 데 악명이 높았던지라 집요하게 연시은을 못살게 군다.

물론 타이밍을 노리고 있던 연시은에게 나중에 처참하게 당하고 말지만 그 이전까지의 괴롭힘 과정은 지켜보던 대다수 독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연시은에게 당한 후 필요성이 없어진 진태오는 김필영 패거리로부터 외면을 당한다. 그러던 중 길 잃은 고양이를 데려가 키우면서 진태오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다. 이후 진태오는 형신고 패거리에게 기습당한 고현탁을 돕게 되는데, 지금까지의 스토리만 놓고 보면 이른바 개과천선이 예상된다.

이렇듯 연시은과 친구들은 제각기 서로를 생각하는 의리를 보이며 하나가 되어간다. 바로 이러한 현실적 성장기가 <약한영웅>의 인기 비결이다는 분석이다. 연합의 수괴이자 끝판왕인 나백진까지 가기에는 많은 에피소드가 남아있는 듯 보이는 가운데 주인공 연시은과 친구들이 어디까지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격투기, 웹툰, 사는 이야기, 영화, 야구, 농구, NBA, 미디어, 여행, 음식, 도서 등 세상사에 이것저것 관심많은 오마이뉴스 독자입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릴수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하기만합니다. 현재 조그만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oet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