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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만화경 프로젝트는 올해 2월초 경부터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민화이되 현대적 창조'를 해보자는 작업이었죠. 그 과제는 디자인과 공예 혹은 아트쪽으로 확장했지만, 중심은 엄연히 있었습니다. 일군의 민화 작가들이 그들이었죠. 김달지 작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김달지 작가가 자신의 이전 작품을 핸드폰서 찾고 있다.  그는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의 ‘킥오프’ 참석 멤버였고, 민화뉴웨이브 25인전의 전시자였다. 올해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는 2018년 <현대 민화의 지역맞춤 쇼케이스>를 잇고 있는데, 거기에도 참여했었다.
▲ 김달지 작가가 자신의 이전 작품을 핸드폰서 찾고 있다.  그는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의 ‘킥오프’ 참석 멤버였고, 민화뉴웨이브 25인전의 전시자였다. 올해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는 2018년 <현대 민화의 지역맞춤 쇼케이스>를 잇고 있는데, 거기에도 참여했었다.
ⓒ 원동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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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워크숍, 전시, 탐방이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김달지 작가는 두 가지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나는 감각적인 옷차림. 김 작가가 그려내던 주제는 최근 '호접지몽'이었습니다. '나비와 나를 구분할 수 없듯, 꽃과 나비가 하나'임을 표현했죠. 그녀 또한 민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아서 작품과 작가를 구별하기도 어려웠죠. 두 번째는 주변의 평가가 한결같았다는 것입니다. "성실하게 활동하고 도드라지게 작품을 만든다"고들 했죠.

밖에 보이는 풍경 말고, 이력과 내부 풍경이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이 '젊은 작가'가 그렇게나 숙련된 솜씨로 사람들을 붙잡았는지도 알고 싶었죠. 지난 5월 24일, <민화 만화경> 전시를 보름 앞둔 최종 점검날, 참여작가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그는 조금 회의에 늦었는데, 예의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었죠. 만월과 초생달이 한꺼번에 뜬 듯한 노란 귀걸이를 걸고, 짙은 옥색의 머플러를 목과 어깨와 얼굴에 감고, 연두형광빛 티와 나비리본과 입술무늬 치마를 두루고, 상의와 '깔맞춤'된 에코백을 든 모습이었습니다.

- (그 옷을 입고) 어떤 일로 어디를 다녀오시는지요?
"제주서 올라오는 길이에요. 일행이 신분증을 화물로 먼저 부치면서 수속이 늦었어요. 그래서 늦었죠. 거기서요? 모델로 사진을 찍는 일이었어요. 저로선 처음이었죠.  브랜드 '오카모카'의 시즌 런칭을 하시는 지인이 '일반인이 자연스럽게 입고 찍은 컨셉'을 원하셨고, 제가 어울릴 것 같다셔서 참여하게 됐어요. 옷을 입을 때, 색깔이며 재질이며 모양에 따라서 제 감정도 달라졌던 것 같아요.저 스스로도 그 옷에 자연스럽게 적응되는 시간을 가졌어요. 마음 그대로 몸짓을 했죠."

한 판에 한 장만 나오는 판화로 찍은 욜로일월도

- 올해 <민화 만화경>에 참여하는 작품은 처음 시도라 들었습니다.
"젤라틴 판화를 시도했어요. 크기가 작아요. 판화긴 한데 한 판화당 한 작품밖에는 안 나와요. 우연적인 요소가 많고…. 열 개를 만들면 서너 개 밖에는 성공하지 못하거든요. 최근 여러 일러스트를 배우고 있는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제목은 <욜로일월도>."

 
김달지 작가의 욜로일월도. 아홉 용과 호랑이와 까치, 잉어와 호접지몽 등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보여준 정밀함은 내려놓았다. 대신 이번 2019 일월오봉도의 세계는 도상을 새로 뒤집고, 이전에 없던 형식을 시도했다.
▲ 김달지 작가의 욜로일월도. 아홉 용과 호랑이와 까치, 잉어와 호접지몽 등 지금까지의 작품에서 보여준 정밀함은 내려놓았다. 대신 이번 2019 일월오봉도의 세계는 도상을 새로 뒤집고, 이전에 없던 형식을 시도했다.
ⓒ 김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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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추상은, 어쩌면 구상화보다 더 빨리 본질적으로 주제에 도달하는 것이에요. 그건 느끼는 사람의 것이죠. 일월오봉도는 임금을 상징하는 그림이지만, 제게 해와 달이 있는 순간은 곧 시간이고, 삶이라고 봤어요. 현대 사회엔 임금이 없죠. 오히려 각자가 가장 소중한 존재들인 자신들이 있죠. 그래서 매순간 욜로(Your Life Only Once)임을 기억하면서 살았으면 한다. 이 그림은 당신의 그림이다.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의 민화 이력 첫 작품은 구룡쟁주도(九龍爭珠圖)였습니다. 공모전에서 당선하면서 김달지 작가는 '세상'에 나왔죠. 크기도 컸죠. 가로로 3미터가 되고, 세로로 키를 넘는 그림이었으니까. 용들은 상상에서 왔지만, 세밀하기도 이를 데 없었습니다. 표정도 아홉 가지, 주제도 작지 않았죠. 현대인들의 욕망을 다뤘습니다.

"우리 민화엔 아홉 마리 용이 여의주를 두고 다투는 그림은 없었어요. 제 창작이었죠. 두 번째 작품은 <까치와 호랑이>를 응용한 인생이라는 그림입니다. 위태롭게 줄을 타고 있는 인간 아래, 입을 벌린 호랑이가 있죠. 까치는 인간 곁에 있어 응원은 하지만 직접적으로 도와줄 방법은 없어요. 대신 그림에 보면 땅엔 영지가 자라요. 떨어져도 정신만 차리면 살 거예요."
  
잉어가 용으로 변신하는 그림 약리도를 응용한 꿈을 거쳐, 호접지몽을 지나, 2019년. 그림의 크기도 작아졌고, 이젠 용도 호랑이도 잉어도 없습니다. 그저 작은 사람들이 낚시하고, 스노클링할 뿐이죠. 여백은 그림 바깥에 있고, 사람들은 스스로를 작품 안에 포개겠죠.  
 
김달지 작. 구룡쟁주. 의주를 놓고 쟁투하는 아홉 마리의 용을 통해 현대를 들여다보았다. 아홉 용은 민화에선 생소하다. 까치와 호랑이도, 용이 되는 잉어도, 최근작 호접지몽에서도 김달지 작가는 자신의 주제의식을 표현했다.
▲ 김달지 작. 구룡쟁주. 의주를 놓고 쟁투하는 아홉 마리의 용을 통해 현대를 들여다보았다. 아홉 용은 민화에선 생소하다. 까치와 호랑이도, 용이 되는 잉어도, 최근작 호접지몽에서도 김달지 작가는 자신의 주제의식을 표현했다.
ⓒ 김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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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그림 그리고 싶었던 열여섯 살

"어릴 적엔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 의사표시도 분명히 않고, 그저 혼자 그림 그리는 걸 즐겼어요."

어쩌면 김달지 작가도 봉준호 감독처럼 "영화감독을 꿈꿨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12살"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넌 꼭 미대를 가야 한다!"고 했던 사람은 그녀 자신이 아니었습니다. 동생의 미술 숙제를 누나가 해준 걸 알게 된 선생님이 강력하게 권했죠. 그래서 엄마에 끌려 미술학원에 등록하게 됩니다. 학원에선 그 소녀에게 "하나 아그리파를 그릴 것, 둘 원의 가장 밝고 어두운 곳을 찾아 명암을 표시할 것, 셋 추상적 면을 구획 분할하고 이를 포스터칼라로 칠할 것"을 요구합니다. "가장 밝은 곳은 여기야!"하고 정답을 주면서요.

"저런 그림이라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이것이 달지의 반응이었고, 그래서 미술은 일찍이 그녀와 멀어집니다. 그는 대학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합니다. 졸업후엔 기획과 프리젠테이션, 전략 확립과 대상 분석이 주된 업무였죠.

김달지 작가는 현재 조자용 선생 기념사업회서 매년 주최하는 대갈문화축제의 공모전 수상자들 모임의 총무를 2014년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맡고 있습니다. 조선민화박물관 및 한국민화뮤지엄의 공모전 수상자들로 이뤄진 민수회 사무국장도 2년여를 겸업했죠. "총회, 이사회, 워크숍, 전시회 준비하면서 차량 연락하고, 인원 체크하고, 김밥 확인하는 단순한 일"이라 했지만, 일머리를 다시 배우고, 사람을 알아가고, 대중에 말하는 걸 배우는 기간으로 그 시간은 오롯이 찼습니다.

"자화상을 그려오는 과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있었어요.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얼굴을 그려 갔어요. 근데 저는 여러 색의 물감을 짠 다음에, 손바닥과 발바닥에 문질러 종이에 찍었어요. 그때 선생님이 절 칭찬해 주셨어요. 넌 꼭 미대로 가야겠다."

누가 그랬던가요. 인간은 결국 열여섯 살에 열중하던 일을 끝내 하게 된다고. 달지 작가는 광고업계서 일하는 와중에 크로키를 배웁니다. 현재도 일러스트를 다시 배우고 있는 것처럼, 반년씩 호랑이털 치는 걸 배우는 것과 같은 과정이죠. 그 크로키 수업 현장서 우연히 민화 한 장을 만납니다. 특별히 새로울 것 없이, 꽃과 새가 있고 전통의 오방색으로 그린 민화였습니다. 그 단순한 아름다움이 주는 충격이 컸습니다. 그 그림은 끝내 달지 작가를 돌려놓습니다. 

"지금도 계속 그림을 그려요. 연필은 쓰지 않고, 펜으로만, 수정 없이…. 10년의 다지기 같은 거죠. 이제 막 시작이고요."

김달지 작가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집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의 첫 화집입니다. 호크니는 최근 시립미술관서 전시도 했는데, 물론 거기도 갔었죠. 전시회에선 호크니의 다큐멘터리도 있었습니다. 여러 다양한 작업으로 '외도'를 했던 호크니가 말년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그림을 그린다 했죠. 호크니가 왜 그러는지 김달지 작가도 알겠다 했습니다.

"호크니의 작품집을 보면서 잠을 이루지도 못할 만큼 감동이 컸어요. 언젠가 누군가도 제 작품집을 보면서,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발타 사르 그라시안 이 모랄레스라는 긴 이름의 스페인 작가가 이렇게 말했죠. "어떤 포부를 가지고 있는지 보면 그 사람의 재능의 크기를 알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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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8일부터 서울 성수동의 스페이스 오매에선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가 전시됩니다. '드림 컴 트루'. 현실이 된 프로젝트가 부화합니다. 열아 홉 명(혹은 회사) 서로 다른 작가들의 포부는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재현됐을까요?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2019 민화 만화경 프로젝트. 민화의 주제를 넓히고 다양한 형식과 접근을 시도한다. 2019년 6월 8일 스페이스 오매서 전시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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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