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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포럼에서 '한반도 평화' 말하는 문 대통령 (오슬로=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6.12
▲ 오슬로 포럼에서 "한반도 평화" 말하는 문 대통령 (오슬로=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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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신베를린선언'을 잇는 '오슬로선언'은 없었다. 대신 남북분단으로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국민들의 삶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라는 새로운 개념이 제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한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에서 새로운 대북정책구상을 내놓기보다 2018년과 2019년에 쌓은 남북-북미 간  신뢰와 대화 의지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관련 기사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선언이 아니다").

북유럽 3개국(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순방 전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이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에서 '오슬로선언'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새로운 대북정책구상이나 북미대화 재개의 돌파구를 여는 의미 있는 비핵화 구상 등이 담길 것이란 예측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다"라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의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신 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평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접경지역 피해의 우선 해결'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제시한 '국민을 위한 평화'란 남북한 주민들이 분단으로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서로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이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은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모일 때 국민들 사이에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슬로포럼은 노르웨이 정부가 '인도주의 대화를 위한 센터'(제네바 소재 NGO)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평화‧중재분야 국제포럼으로 지난 2003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다.

전 세계 국제평화·중재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성공적인 분쟁 중재와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 위해 토론하는 포럼이다. 그동안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 타보 음베키 전 남아공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콜롬비아 대통령 등이 참가했다. 

신베를린선언부터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까지

이날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최근에는 남북미 정상의 결단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의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다"라며 2017년 신베를린선언에서부터 2018년 북한의 신년사와 평창동계올림픽, 그리고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등을 되짚었다.

지난 2018년 4월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문 대통령은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분단 이후 남쪽 땅에 처음으로 발걸음을 디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판문점선언의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성과들로 비무장지대 초소 철수와 6.25 전사자 유해발굴,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비무장지대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와 남측 구역 일반인 개방, '평화의 길' 조성 등을 열거했다.  

문 대통령은 "노르웨이가 단 한 번도 평화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고 오늘의 평화를 이룬 것처럼 한국 정부 또한 평화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며, 반드시 평화를 이룰 것이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 "북미, 70년 적대를 녹여내는 과정"

문 대통령이 오슬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이날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정상회담 1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이를 염두에 둔 문 대통령은 "1년 전 오늘, 역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손을 맞잡았고,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의 큰 원칙에 합의했다"라며 "지금 그 합의는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대화가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며 "지난 70년 적대해왔던 마음을 녹여내는 과정이다"라고 짚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여전히 상대에 대한 신뢰와 대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라며 "국제사회는 대화를 통한 평화 실현에 한결같은 지지를 보내주고 있으며,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평화란 힘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평화는 오직 이해에 의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아인슈타인의 통찰이 우리 모두에게 새겨지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때..."

또한 문 대통령은 "국민의 힘으로 평화를 만들어온 노르웨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지혜를 배운다"라며 그 예로 '일상을 바꾸는 적극적 평화'와 '이웃국가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평화'를 들었다.

먼저 '일상을 바꾸는 적극적 평화'와 관련, 문 대통령은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은 서로 간 적대하는 마음이다"라며 "무엇보다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구조적 갈등을 찾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냥 서로 등 돌리며 살아도 평화로울 수 있지만,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다"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평화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분단이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 심지어 국민의 사고까지 제약해왔다"라며 "그로 인해 경제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정치 문화는 경제발전을 따르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라며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들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을 위한 평화'와 접경지역 피해 해결

이어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이다"라며 "함께한 역사는 5천년이고, 헤어진 역사는 70년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접경지역에서도 산불은 일어나고, 병충해와 가축전염병이 발생한다"라며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경계는 어민들의 조업권을 위협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요한 갈퉁 교수가 지적한 대로, 남북한 주민들의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저는 이것을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로 부르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난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설치된 '접경위원회'를 좋은 사례로 들면서 '접경지역 피해의 우선 해결'을 주문했다. 동서독은 이 접경위원회를 통해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나 홍수, 산사태,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문제 등을 공동으로 대처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선례가 한반도에도 적용되어, 국민들 사이에서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이 자라길 바란다"라며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모일 때, 국민들 사이에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목의 마음 녹을 때 한반도의 평화도 대양에 다다를 것"

'이웃국가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평화'와 관련, 문 대통령은 "오늘날 전세계에서 냉전이 종식되었지만, 한반도에는 여전히 냉전구도가 자리잡고 있다"라며 "남북은 분단되어 있고, 북한은 미국, 일본과 수교를 맺지 않았다"라고 짚었다.

문 대통령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은 동북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정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한다"라며 "역사와 이념으로 오랜 갈등을 겪어온 동북아 국가들에게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저는 지난해 8월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북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 바 있다"라며 "동북아시아의 에너지, 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다자안보공동체로 확대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가 지역 평화와 화해에 기여하고, 아시아와 유럽의 공동번영으로 이어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여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며 "그러나 만년설이 녹아 대양으로 흘러가듯 서로를 이해하며 반목의 마음을 녹을 때 한반도의 평화도 대양에 다다르게 될 것이다"라고 낙관적 의지를 피력했다.
 
핀란드 원로들의 조언 "안보는 총, 칼이 아닌 협력과 공조로 지켜져"

노르웨이를 방문하기 전 핀란드를 국빈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타르야 할로넨 전 대통령과 야꼬 일로미에미 전 장관, 뻬르띠 또르스띨라 현 핀란드적십자 총재 등 핀란드 원로인사들을 만나 '헬싱키 프로세스'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헬싱키 프로세스(Helsinki Process)란 지난 1975년 헬싱키 회담부터 1990년 파리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회의까지 20여 년간 이어진 다자회의 과정을 가리키는 용어이자 범유럽 평화정착 과정을 뜻하는 말이다. 핀란드를 중심으로 미국과 캐나다, 소련, 유럽 각국이 꾸준히 대화를 이어갔고, 그 결과로 군비통제와 동서독의 통일, 미소 냉전 종식 등이 이루어지면서 유럽의 평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만남에서 일로니에미 전 장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국들이 이 프로세스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지와 공통의 목표가 있는지다"라며 "협상 도중 여러 다른 전술들이 생겨날 수는 있지만 공통의 목표가 있을 때는 꾸준한 협상을 통한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또르스띨라 총재는 "안보는 총, 칼이 아닌 협력과 공조로 지켜지는 것이다"라며 그것의 모범사례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꼽은 뒤 "진정한 평화는 인적 교류를 통해서 실현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헬싱키 프로세스는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한 신뢰 구축의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라며 "평화를 향한 대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마지막 남은 냉전을 해체하는 일이다"라며 "어려운 과제이지만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의 평화이고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이다"라며 "우리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고 이를 위해 모든 힘을 다 쏟을 것이다, 끝까지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또르스띨라 총재는 헬싱키 프로세스 당시 들고 다녔던 가방을 보여주면서 "성공의 기를 드리고 싶어 가져왔다"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도 "저도 그 성공의 기를 받고 싶다"라며 가방을 만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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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