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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도 과거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개인정보의 상업적 활용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주요 보수 언론 및 경제지는 국내 개인정보 보호제도가 빅데이터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며 노골적으로 개인정보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개인정보 보호수준이 높다는 것은 허구입니다. 수많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처벌과 보상조차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빅데이터 시대, 개인정보를 둘러싼 주요 쟁점에 대해 인권 및 소비자권리 관점에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편집자말]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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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빅데이터 관련 사업은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 정부도 학계와 병원, 산업계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다양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립암센터, 질병관리본부 등에 산재해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연계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더불어 국민 100만 명의 생체정보 및 건강정보를 모아 분석하려는 '100만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단일 병원 차원에서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데이터 중심 병원' 사업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종류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들은 의료 현장에서 혹은 공중보건 현장에서 그 효용이 증명된 것이 극히 적다. 그에 견줘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 사회적 차별 및 배제의 확대 재생산 가능성, 그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이 증가할 가능성 등은 더 현실적 근거가 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은 사회 구성원 간 충분한 토론과 합의에 근거해 차근차근 진행되어야 한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현대 의료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빅데이터 이용한 개인 건강관리 서비스가 효과적이지 않은 이유

최근 정부가 실증특례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이 데이터' 사업을 예로 들어 보자. 이러한 사업은 개인의 의료·건강 정보를 이용해 원격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원격 건강관리서비스는 아직까지 널리 상용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 확장성과 상품성에 대해서는 많은 장밋빛 전망이 제출되고 있다.

이는 '건강한 사람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현재도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상담·교육·운동처방·식단관리·생활습관 교정 등의 서비스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여, 더 대규모로 더 개인화된 방식으로 상품화하려는 전략이다. 일상생활 중에 생체정보를 모니터링 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모아진 의료·건강 정보에 근거하여 상담·교육·운동·생활습관 교정 등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서비스 모델의 전제 '많은 정보와 지식이 있다면 자신의 생활습관을 교정하여 보다 건강해지려 노력할 것'이라는 선험적 가정은 실제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러한 가정은 전통적인 '지식-인식-실천' 모델에 근거하고 있는 것인데,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아무리 한 개인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행동경제학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넛지(nudge)' 형태로 자극을 주더라도 불건강한 생활습관을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의 생활 습관은 더 넓은 사회경제적 관계, 이른바 사회적 구조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아도 많은 사람이 금연에 실패하는 이유, 비만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아도 많은 사람이 체중조절에 실패하는 이유는 건강 지식이 부족해서, 적절한 자극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순전히 효용 측면에서만 보면 빅데이터를 이용한 개인화된 서비스보다 더 비용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다양한 공중보건사업 혹은 질병 예방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암 환자를 어떻게 더 잘 치료할 것인가에 돈을 쓰기보다는 이미 잘 알려진 흡연·음주·대기오염·발암물질 등 발암요인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훨씬 더 비용효과적이다. 비만·고혈압·당뇨병 환자 역시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방식보다는 먹거리 정책, 활동량 증가 정책 등 사회 정책을 통해 만성질환 관리를 하는 것이 더 비용효과적이다.

실제 미국, 캐나다 등에서 이루어진 실증연구에 따르면, 미국 주 중 의료서비스 지출 대비 사회서비스+공중보건서비스 지출 비율이 높은 주일수록, 지역 주민들의 건강이 좋았다. 의료서비스 지출 대비 사회서비스 지출(공공 주택, 복지서비스, 보육서비스 등) 비율이 크면 클수록 조기사망을 줄일 수 있고 평균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의료와 정보통신기술, 빅데이터의 융합은 문제를 개인화하여 개별적 해결을 시도하게 만드는 과학기술 발전 경로이다. 이 경로를 따라가는 경우 사회 불평등이 더욱 증가할 수 있고, 사회적 효용은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의료·건강 정보가 유출되면 그 피해는 막대하고 되돌릴 수 없다

효과의 문제와 별개로 이러한 사업이 사회적 규제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발생할 부작용은 매우 크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이다. 환자들이 병원에 가서 진료 과정에서 내밀한 얘기를 의사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까닭은 의사가, 병원이 자신의 정보를 잘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믿음이 깨지면? 의사-환자 관계의 신뢰 붕괴로 제대로 된 진료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의료·건강 정보의 보안과 보호가 중요한 까닭은 이러한 정보가 유출되었을 때 그 피해는 막대하고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피해는 단지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에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개인의 의료·건강 정보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숨기고 싶은 사생활의 영역이다. 민감정보 중의 민감정보다. 민간보험회사가 특정 개인의 질병력을 알게 된다면 특정 개인의 보험가입을 거부하거나 보험료를 올려 받을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 성 매개 감염병 치료에 대한 정보,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정보, 여성의 임신, 낙태 경험 등에 대한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가족이나 직장 동료 등에게 알려지면, 그로 인한 개인의 피해는 막대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의료·건강 정보일수록 사회적 낙인이나 배제 효과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정보 노출로 개인이 고용상의 불이익이나 집단적 왕따, 사회적 평판의 저하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최악의 경우 이러한 정보 취득을 이유로 협박 등을 행하는 범죄 혹은 사기에 이용될 수도 있다.

실제 2018년 7월 대형 성형외과 병원이 전문 해커집단에 해킹되어 병원이 보유하고 있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는데, 당시 해커들은 일부 환자에게 '시술 사진을 가지고 있다'며 개인정보를 인질 삼아 비트코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의 동의 없이 제공된 정보로 상업적 이득을 취하는 업체나 개인이 많아질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는 개인에게 권리가 있는 의료·건강 정보를 개인의 동의 없이 활용한다는 점에서 강탈이고 도둑질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사업, 개인 의료·건강 정보 유출 위험 높여

정부가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명목으로 추진하는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공개는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한국은 의료·건강 정보 보호 측면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나라다. 한국처럼 국민 모두에게 주민등록번호라는 고유식별정보가 존재하고, 개인 정보 데이터를 어떠한 형태로든 쉽게 얻을 수 있는 사회에서 공공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원자료 공개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는 건강보험 적용 및 이용을 위한 행정 목적으로 개인의 의료·건강 정보 외에도 개인의 소득·주소·직장 등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가 집적되어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공공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원자료 형태로 공개하면 다른 개인정보 데이터를 융합·재가공하여 얼마든지 개인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 정보화가 심화되면서 민감하고 소중한 환자의 의료·건강 정보 유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전에 아날로그 형태로, 문서 형태로 존재하던 개인 의료정보가 디지털 형태로, 전자화된 파일 형태로 바뀌어 정보 보안 및 보호를 위한 환경이 바뀌었다. 환경 변화에 따라 환자 의료 정보를 다루는 주체의 수도 늘었다. 수가 늘면 내부에서 유출될 위험도 커진다.

이전에는 의사와 병원만 주의하면 되었으나, 이제는 병원 전자의무기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업체, 병원 의무기록 관리를 담당하는 외주업체, 약국 처방전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업체, 병원에서 약국으로 전자처방전을 발행할 시 그것을 대행해주는 대행업체, 건강보험 행정 업무를 위해 환자 정보를 모으는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환자 의료 정보를 다루는 주체가 너무 많아져서 이들 모두에게 동일한 수준의 정보 보안과 보호 수준을 유지하도록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의 한 정보 보안업체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 영역에서 발생한 사이버 보안사건 중 58%가 내부자 혹은 내부자와 관련된 사람이 일으켰다고 한다. 이 중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고자 사건을 일으킨 내부자가 48%이며, 그저 재미와 호기심 때문에 유명 인사나 특정 인물의 개인정보를 들여다본 경우가 31%, 업무상 편의를 위해 규정을 위반한 경우가 10%였다. 꼭 금전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개인 의료 정보 유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에서 진료과정 중에 수집되는 정보만이 문제가 아니다. 사실 개인의 건강에 대한 정보는 병원 외에도 학교, 직장 등에서 학생 및 직원의 건강관리 목적으로 수집되기도 하고, 메르스나 콜레라 같은 감염병 관리를 위해 질병관리본부 등 국가기관이 수집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기술 발달로 핸드폰 같은 모바일 기기의 애플리케이션으로 혹은 스마트 워치 등 개인 건강관리 제품을 통해 수집되는 건강 정보량도 방대하다. 향후 원격의료가 활성화된다면 원격의료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건강 정보, 다양한 민간 건강관리서비스업체가 제공하는 기기의 사물인터넷을 통해 수집되는 건강 정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개인 의료건강 정보 환경에 견줘 정부의 대처는 더뎌

하지만 건강 정보 환경의 변화와 기술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른데 반해 민감하고 소중한 개인 건강 정보를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법제도 및 행정의 대응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더 큰 문제는 범정부 차원에서는 개인건강정보 보호보다는 오히려 상업적 활용 및 규제 완화에 더 큰 관심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병원에서 진료 중에 수집, 생성, 집적되는 의료 정보 외에 모바일 기기, 사물 인터넷 등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수집되는 의료·건강 정보의 보안 및 보호와 관련된 논의가 시급하다. 현재 환자-병원·약국-건강보험공단으로 이어지는 환자 의료정보 흐름 속에서 환자 의료정보 보안을 강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빅데이터 산업 육성이라는 명목으로 건강정보를 개인이나 기업에 제공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공공적 목적에 부합하는 용도에 국한하여 매우 제한적으로 가능하도록 규제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관련 기술의 특성상 규제가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는 모바일 기기 및 사물인터넷을 통한 건강정보 수집 및 처리에 대한 규제가 명확해져야 한다.

[기획 / 빅데이터 신화, 개인정보는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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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으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