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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시작해 서울 등으로 번진 '붉은 수돗물' 사태는 뒤늦은 안내와 대응 미흡 등으로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시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민감한 사안을 대하는 관계 당국의 무사안일과 일부 언론의 헛발질은 민심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 중 최악은 시사뉴스의 <문래동도 붉은 수돗물…"일부 이슬람 난민 소행일 수도"> 기사다. 시사뉴스는 지난달 21일 "인천에 이어 서울 문래동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근래 국내에 급격히 유입 중인 '이슬람 난민' 중 일부 '극단주의자'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최악의 보도
 
 시사뉴스는 6월 21일에 "인천에 이어 서울 문래동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 가운데 근래 국내에 급격히 유입 중인 '이슬람 난민' 중 일부 '극단주의자'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시사뉴스는 6월 21일에 "인천에 이어 서울 문래동에서도 "붉은 수돗물"이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 가운데 근래 국내에 급격히 유입 중인 "이슬람 난민" 중 일부 "극단주의자"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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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 원인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정보관계 당국자가 "배제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FBI와 미국 군사 테러 전문가의 말을 빌려 "상수도도 테러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점과 국내 지자체들이 실시한 '상수도 테러 대응' 훈련, 이탈리아에서 상수도 오염을 계획한 무슬림이 추방된 사례를 언급했다. 또 예멘 정부군과 사우디군 등에 무기를 공급한 바 있기 때문에 "국내에 체류 중인 예멘 난민 중 한국에 적대적인 무장반군 후티(Houthis) 조직원들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작년 6월 제기됐다"는 내용을 나열했다.

시사뉴스는 이러한 사례들을 근거로 붉은 수돗물 사태를 일부 이슬람 난민 소행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달 25일 "따옴표 처리로 이슬람 난민 소행 가능성을 부각한 제목도 악의적이지만, 기사 내용에서 제시한 근거도 한심한 수준"이라고 논평했다.

시사뉴스는 이슬람 난민 소행일 수도 있다는 근거로 익명의 정보당국 관계자나 출처를 밝히지 않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했다. 하지만 기사에서 언급된 내용들의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국내 난민의 상수도 테러 가능성을 부각하기 위해 개연성 없는 타사 보도까지 무리하게 끌어다 쓴 혐오를 조장한 시사뉴스 기사는 오보보다 그 위험성이 더 크다'는 논평은 우리 사회가 새겨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1992년에 난민관련 협약에 가입했고, 1993년에 의정서를 비준했다. 국제조약이 비준되면 국내법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는 낯선 이들을 받아들임으로 인한 두려움을 조장하기에 앞서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난민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지원책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어야 했다. 한국사회가 그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먼저 논하는 게 순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그런 논의가 없다 보니, 작년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 대거 입국은 난민포비아를 불러일으키는 단초가 되었다.

전 세계 난민수용국 1위는 이슬람 국가인 터키
 
2018년 상반기 전 세계 난민 슈용 국가 순위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 https://www.unhcr.org), ‘2018년 상반기 전 세계 난민 수용 국가 순위(unhcr > mid-year trends 2018)’
▲ 2018년 상반기 전 세계 난민 슈용 국가 순위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 https://www.unhcr.org), ‘2018년 상반기 전 세계 난민 수용 국가 순위(unhcr > mid-year trends 2018)’
ⓒ UNH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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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 https://www.unhcr.org) '2018년 상반기 전 세계 난민 수용 국가 순위(unhcr > mid-year trends 2018)'에 따르면, 터키가 360만 명으로 1위였다. 이어 파키스탄 140만, 우간다 110만이었고, 2017년 6위 국가에서 2018년 4위로 오른 독일은 100만 명을 넘었다. 5위부터 10위까지는 이란 97만9400명, 레바논 97만4600명, 방글라데시 94만3200명, 에티오피아 92만1000명, 수단 90만8700명, 요르단 70만5800명 순이었다.

UNHCR은 2018년 상반기에만 1260만 명의 난민이 새로 생겼고, 내전이나 종교적 핍박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이가 하루 평균 3만7천명에 이른다고 말하고 있다. 98퍼센트가 시리아 난민인 터키나, 거의 모든 난민이 미얀마 로힝야족인 방글라데시나, 2018년 상반기에만 5만1300명 증가한 독일 등 이들 나라로 간 난민들은 대부분 이슬람을 종교적 배경으로 두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급격한 난민 유입으로 인한 정치, 종교, 사회적 부담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인도주의적인 환대를 베풀었다.

흔히 난민포비아(Refugee-Phobia)를 이야기하는 이들은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 중동 내전 중인 국가 출신 난민들이 주로 이슬람원리주의를 추종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이슬람 국가인 터키가 현재 전 세계 제1위 난민 수용국이요, 파키스탄이 제2위라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비록 세속주의 이슬람을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터키는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인 IS를 퇴치하는데 미국과 공조했던 나라다.

파키스탄 역시 오사마 빈 라덴 제거와 알카에다 등의 극단주의 이슬람을 공격할 때 미국과 함께 한 동맹국이다. 이들 국가들이야말로 극단주의 이슬람으로부터 테러를 당할 수 있는 원한 관계가 충분하다. 그런데도 양국은 5백만 명의 난민을 수용했다. 대부분 난민 수용국들은 난민들이 극단주의 이슬람 피해자들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에 일부 국민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국제법에 따라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한 해 난민인정 수는 144명

한편, 세계난민의 날을 맞아 지난 20일 법무부 난민과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2018년도 난민심사가 완료된 3879명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144명이었다. 난민으로 불인정되었으나 인도적 사유로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은 514명이다. 총 658명이 난민으로 인정되거나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것이다. 이에 따르면 대한민국 난민 인정률은 3.7%밖에 되지 않는다. 난민 인정자 144명의 국적은 미얀마 36명, 에티오피아 14명, 부룬디 13명, 파키스탄 13명, 예멘 8명, 콩고민주공화국 8명, 방글라데시 7명, 기타 45명 순이었다.

한 해 고작 144명의 난민을 인정한 대한민국에서 어떤 사건을 '극단주의 이슬람의 소행일지 모른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한 해 백만 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들은 이미 테러리스트들에게 전복되어도 몇 십만 번은 전복되어야 한다.

난민을 비롯한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혐오 정서를 그대로 드러낸 사례는 지난 고양 저수조 화재 사건에서도 있었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맞은편에서 난민대책국민행동 회원들이 난민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예멘 난민 23명에게 내어준 인도적 체류 허가를 규탄하고 같은 시간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에 대응해 집회를 열었다.
 2018년 9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맞은편에서 난민대책국민행동 회원들이 난민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예멘 난민 23명에게 내어준 인도적 체류 허가를 규탄하고 같은 시간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에 대응해 집회를 열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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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스리랑카 이주노동자가 '풍등을 날리다 화재'를 냈다고 발표했고, 언론은 대대적으로 이를 받아 적으며 이주노동자 혐오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경찰은 중과실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지만, 풍등을 날린 행위만으로 중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검찰은 불구속 기소했다. 신중하지 못한 언론 보도는 우리 사회가 난민과 이주민 문제를 생활이 아닌 이념 프레임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이민자 정서를 부추기며 희생양을 찾는 허무맹랑한 기사들이 모든 사건의 원흉으로 기승전'난민', '이주노동자'로 몰아가는 등식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기자가 소설을 쓰고자 했다면 현장 취재부터 했어야 했다. 난민 혹은 난민 신청자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말을 걸어 보라.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 왔고, 왜 이 땅에 왔는지 술술 풀어낼 것이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처지를 왜곡하는 이들에게 진실을 전하지 못해 말에 고픈 이들이다. 현장 취재 없이 쓰는 기사는 역사를 비틀고 한 사람의 삶이 갖는 비장함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기자는 알았어야 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를 두고 "일부 이슬람 난민 소행일 수도…"라며 소설을 썼던 기사는 현재 삭제 혹은 보류된 상태다. 기사를 슬쩍 내렸을 뿐 그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 한 마디 없다. 앞으로도 난민포비아를 부추기는 기사들은 계속 나올 것이다. 혐오를 조장하는 기사들의 논리 취약성을 지적하고 질책하는 시민 목소리가 커져야 하는 이유다.

[기획 / 인권감수성 없는 정치·언론을 고발한다]
①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정헌율은 현병철보다 더하다 http://omn.kr/1jv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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