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배달 노동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15일 서울시 종로구 손해보험협회 앞에서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 현실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배달 노동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15일 서울시 종로구 손해보험협회 앞에서 배달용 오토바이 보험료 현실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아내는 오늘도 인터넷 쇼핑에 접속한다. 늘 그렇듯 충동 구매는 기본이다. 결제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내려놓자마자 초인종이 울린다. 자주 반복되는 일상의 경험에서 아이들은 외친다. "택배 아저씨!" 내 아이들은 '아저씨'를 택배노동자를 통해 배웠다.

그러나 직접 그분들을 대면한 적은 없다. 그분들은 항상 물건을 바쁘게 문 앞에 던져 놓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이동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그리고 나는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현할 기회가 없다. 핸드폰의 쇼핑 앱과 문 앞에 놓여있는 물건 사이에 생략된 무언가의 존재감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택배노동자들은 왜 그렇게 바쁠까? 얼마나 많은 물건을 배달해야 버틸 수 있을까? 날씨도 더운데 과연 안전하기는 한 걸까? 그들의 노동 환경을 생각하면 할수록 의문이 든다.

택배·배달노동자가 힘든 이유

택배노동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대리운전 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 강사, 화물차 운전기사 등과 함께 특수고용직에 해당된다. 이들이 '특수'한 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로 취급된다. 그렇다 보니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어렵게 노조를 결성하더라도 회사측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현실이 우리가 '택배 아저씨'에게 감사 인사조차 하지 못하는 일상을 만들었다.

택배노동자와 유사하게 소비 욕구 실현의 수고를 덜어주는 노동자들이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 등을 배달하는 '배달노동자'다. 예전에는 음식점에서 배달노동자를 직접 고용했으나 최근에는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배달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다. 여기에 더해 '음식배달앱'을 통해 음식점에 직접 전화하지 않고도 주문을 할 수 있다.

여기에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플랫폼노동자'로 부르기도 한다. 이들의 등장으로 전에는 배달을 하지 않던 식당의 음식도 쉽게 집에서 먹을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배달업'이 산업의 한 영역으로서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소비자의 욕구 변화에 따라 배달시장의 서비스와 노동 제공 방식이 달라지고 있지만, 그에 맞는 법·제도적 환경은 아직 미흡하기만 하다. 음식점이 직접 고용하지 않은 배달노동자 대부분은 4대 보험과 거리가 멀고, 장시간 노동시간에 노출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이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도 찾기 어려운 처지다.

민간보험사의 오토바이 보험료가 너무 높아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신속하게 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고 위험을 감수하고 있지만, 유사시 경제적 어려움이 닥쳐도 벗어날 길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배달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자 지난 5월 '라이더유니온'이 출범했다.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출범 당시 그들은 배달산업이 성장하는 추세와 충돌하는 배달노동자들의 법적 지위와 간접고용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업체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정부는 더 이상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규정하고, 불안정한 고용 여건을 외면해선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배달 노동', 정부 대책 필요

지난해 택배시장은 약 5조 7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택배물량은 약 25억 5000만개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는 2019년 음식배달시장 규모가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유명한 음식배달앱인 '배달의 민족'은 월간 주문 건수가 2800만 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람들의 생활방식 변화에 따라 택배·배달시장의 규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곧 택배·배달노동자의 증가를 의미하며 정부가 정책적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가 더욱 명확해지는 것이다.

지난 6월 정부는 택배업, 배송대행업 등 물류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한 '물류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물류산업을 기존 제조업의 보조적이고, 수동적인 산업에서 경제혁신을 선도하는 중추 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변화하는 시장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구체적인 사업과 법·제도로 현실화할 때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에 집중하길 바란다. 경제적 관점으로만 물류산업을 접근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자리, 누군가의 노동이 존재하는 영역으로 시선을 돌려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 방안에 포함됐다고 하는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의 제정을 기대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국회는 왜 그랬을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