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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심 8월호 표지모델로 등장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맥심 8월호 표지모델로 등장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 맥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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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성인남성잡지 <맥심> 8월호 표지(뒷면)모델로 등장해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카카오 캐릭터 '라이언 잠옷'을 입은 채로 부스스한 머리로 칫솔을 물고 있는 표지 사진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대체 왜 이런 사진을 찍은 것일까?

<맥심> 8월호를 살펴보니, 화보가 포함된 인터뷰에서 그는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하나는 수트 차림으로 머리를 잘 빗어넘긴 이준석(젊은 보수의 아이콘), 다른 하나는 잠옷 차림으로 수건을 들거나 하품을 하는 이준석(상계동 싱글남)이다. 즉 <맥심>은 이 위원의 '양면성' 연출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후자의 모습이 인터뷰에선 "어쩐지 쓰레빠 끌고 동네 편의점에서 메로나 사 먹을 것 같다"는 식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나는 잠옷 화보가 이상하다거나 '미감'에 안 맞는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화보는 문제가 안 된다. 그가 이미지상으로는 편안한 동네형처럼 '풀어진 모습'을 연출하면서, 인터뷰를 통해선 반 페미니즘과 소수자 혐오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는 것이 '진짜' 문제다. 즉, 잠옷 사진을 통해 이 위원의 메시지가 갖고 있는 '혐오'는 희석된다. 동시에 그의 말은 은연중에 '정치적 발언'이 아닌 (대중이 공유하는) '솔직한 말'처럼 여겨지게 된다.

'반 페미니스트 전선'의 지지 받고 있다고 확고히 밝혀 

이 위원 인터뷰 기사는 <맥심> 편집장이 직접 썼고, 9월호까지 내용이 이어진다. <맥심> 측에서 상당히 공들인 인터뷰로 보이며 자연스럽게 이 위원은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중에서 그의 솔직한 생각이 잘 드러나는 부분은 자신이 페미니스트들을 토론에서  궤멸 시켰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동시에 자신이 '반 페미니스트 전선'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확고히 밝힌다.

"(...) 이걸 업으로 먹고 산다는 걸 모르고 덤비다 발리는 경우가 많다. 올초에 페미니즘 토론도 궤멸당하고 (웃음)"

"어떤 토론이든 나는 비슷하게 지뢰를 살포하는데 거긴 놀랍게도 다 밟았다. 푹푹 그렇게 그냥 얼떨결에 반페미니즘의 선두주자가 된 거고(웃음)"

"이수역 사건으로 녹색당 신지예 위원장과 맞붙은 것도, 자꾸 '머리 짧아서 맞았다' 얘길 하니까 반박하게 된  거다. 그날 신지예 위원장도 궤멸적으로 터졌다. 고맙고도 미안한 감정이 있다. 얼마 전에 생일이라 케이크 하나 보내드렸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내가 반페미니스트의 선두주자 비슷한 역할에 놓일 거라 생각한 적이 없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나도 변화 많이 느낀다. 요즘 딱 어떤 느낌이냐면 어느 가게에 들어가나 알바하는 남자들이 서비스를 많이 준다(웃음). 치킨집에서 치킨 시키면 감자가 따라오는 그런 거?(후략)"


지난 2월 MBC 100분 토론 '여성할당제' 편을 돌이켜보면, 애초에 실제로 정책으로 시행되지도 않은 '여성할당제'를 주제로 삼았던 게 문제였다. 이준석 위원은 이 자리에서 초등학교 교사 비율 등만 취사적으로 이야기하며 교묘하게 '역차별'이 있는듯이 이야기했다. 심지어 채용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니, 그것은 '범죄'에 대한 이야기라고 잘라말했다(그렇게 따지면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범죄집단이다). 무엇보다 말로 상대방을 몰아붙였다고 해서 그것을 '발랐다', '궤멸시켰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더욱 놀랐던 부분은 그가 이런 행태를 통해 '반 페미니즘의 선두 주자'로 선다는 것에 전혀 거부감을 안 느낀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페미니즘이 '여성 인권'에 관한 이론이나 실천이라는 것을 망각한 것처럼 보였다. 또 그는 여성운동은 물론 퀴어 운동도 이해하지 못하고 깎아내리기에 급급했다.

"핵심 지지층은 장점도 확실하지만 어찌 보면 거기에 떠밀리게도 된다. 그들이 원하는 걸 들어줘야 하는 시기가 온다. 지금도 나에게 '반페미니즘'을 넘어 '여성혐오'로 가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야 할 방향과 지지층의 요구 사이에서 왔다갔다 잘못해서 꼬이는 경우 많다."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국내에 들어온 퀴어축제 같은 동성애자 운동은 미국에서 학교 다닐 때 10년 전에 본 것들인데 우리나라에 수입이 약간 이상하게 된 것 같다. 예를 들면, 매년 하버드 근처에서 퀴어 축제를 하는데, 와서 레모네이드 주면서 '우리 얘기 들어볼래?' 이런 식이다. 한국에선 무슨 서울광장 빌려가지고 엉덩이 두들기고... 희한하다. 

'우리는 달라요'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이 방식은,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너무 당황스러운 거다. 그들 목소리를 들어보면 '이렇게 안 하면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인데, 내가 봤을 때는 너무 단기적인 성과를 내려는 것 같다. 그리고 성 평등 운동은 보통 '우린 다르지 않아'를 말하는데, 우리나라에 들어온 과격한 행동파 운동은 '우릴 봐줘'니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페미니즘도 솔직히 말하면, 이수역 사건은 청와대 청원과 결합돼 이렇게 커진 거지. '머리가 짧고 화장을 안 해서 두들겨 맞았다'? 대한민국에 머리 짧고 화장 안 한 사람 보면 그냥 지나가지 누가 시비를 걸고 때릴까."


친근한 '혐오 정치' 전략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2018년 11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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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심>과 이 위원은 공적으로는 날카롭고 무섭지만, 사적으로는 어리숙하고 약간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콘셉트는 그의 사회적 지위나 공격성을 망각시키고 그를 '편안하고 평범하게' 보이도록 만드는데, 이는 남자들이 '젠더 권력'이 실존하지 않는다며 자신을 (알고 보면) 약하거나 힘든 사람처럼 이야기하는 것과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인터뷰 내용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잠옷 화보는 단순히 웃고 넘길 일은 아니다. 굳이 수트 사진을 찍어놓고, 잠옷 사진을 표지 사진으로 쓴 것은 왜일까. 의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트보다 잠옷이 친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드는 것은 분명하고, 이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장치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잠옷을 통해 경계심을 무너트리고, 소수자 혐오 조장 내용을 '솔직하고' '재미있는' 말로 여기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듯 "야, 형이 말하니까 들어봐"식의 태도는, 정치적 의도를 숨기고 은근히 '혐오'를 퍼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맥심> 8월호의 뒷면 표지가 이 위원이었던데 반해 앞면 표지는 한 여성 개인방송 BJ가 장식했다. 그는 '바지에 손을 넣었다가 빼서 냄새를 맡는 남성들의 모습'을 따라 했다는 이유만으로 '남혐'과 워마드 활동 논란에 시달렸다. 그는 인터뷰에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불편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반면 이 위원은 '여혐'으로 몰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유롭게 '반 페미니즘'의 선두 주자라고 자칭하며, 성 정치에 대한 몰이해까지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다. '혐오해도 괜찮은', 그리고 '망가져도 괜찮은' 여유는 왜 그에게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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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