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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습·복습 철저히 하고 숙제는 미루지 말아라."
 

초등학교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참 많이 들었던 말이다. 어릴 적 선생님은 항상 예습·복습을 강조하셨고, 어머니는 오늘 숙제를 했는지 항상 확인하셨다. 하지만 예습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교과서의 다음 주제를 공부해야 하는 부담감에 소홀히 했고, 복습은 오늘 배운 걸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에 흥미가 없었다. 숙제는 선생님께서 검사할 확률을 따져 나름 충실히 했던 것 같다. 숙제가 밀리면 한 번에 몰아서 하기 힘든 것도 이유였다. 예습·복습·숙제하기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에게 기본으로 여겨졌다.

학교 공부의 경험을 국정운영의 원리와 완전히 일치시키기는 어렵지만 국가가 일하는 방식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정책을 돌아보고(복습), 미래를 대비한 정책을 미리 구상하고(예습), 지금 해결할 문제(숙제)를 미루지 않고 즉각 대응하는 것은 국정운영의 기본이다. 정책 성공은 너무나 다양한 이론과 접근으로 풀이되지만, 이 기본만 조직 내에 잘 정착돼있어도 안정적인 국정운영은 가능하다.

문득 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의 기억이 스쳤던 건 최근 한·일 관계의 답답함 때문이다. 오만한 아베 정권의 정치적 야욕에서 비롯된 일본의 경제 도발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제국주의 일본의 부활을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는 이 상황을 잘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 우리의 예습·복습은 어땠는지, 숙제는 제때 했는지 살펴보고, 현재 필요한 과업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을 망각한 과거의 실책
  
과거를 짚어보자. 경제성장에 치중한 박정희 정권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 1965년 일본이 준 자금을 '보상금'이라고 규정할 정도였다.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희석했다. 보수언론도 이에 장단을 맞췄다. 식민지배와 강제징용 등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긋지 못한 1965년 한·일 간의 협정은 지금까지도 우리를 괴롭히고, 일본이 내세우는 주장의 바탕이 되고 있다. 때를 놓쳐버린 숙제의 고통이 너무 크기만 하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일본과 '위안부 합의'를 맺었다. 피해자와 논의나 동의 과정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일본과 처리해버렸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위안부 피해자 관련 소송에 개입한 정황도 있었다. 석연치 않은 정부의 합의에 '밀실·이면 합의'라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이 합의로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당시 우리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10억 엔을 받아 재단까지 설립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시민단체는 반발하였고, 위안부 합의 무효를 외쳤다. 과거를 복습하지 못하고, 숙제를 미뤄버린 부담은 고스란히 다음으로 이어져 문재인 정부는 이 합의를 근거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면서 일본과 갈등을 감수해야 했다.

역사와 함께 경제문제도 살펴보자. 우리나라 경제의 높은 수출의존도는 항상 위험요소로 꼽혀왔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일본이 수출규제 대상으로 삼은 반도체 부문의 비중은 상당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 총수출에서 반도체 관련 제품이 30%를 차지하고, 지난 2년 동안 경상수지 흑자의 80% 이상 이바지하면서 반도체 부문에 대한 의존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외부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다.

지금까지 많은 정부를 지나오면서 산업구조의 불균형을 바로잡지 못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과 수출에 목을 매고, 성장동력을 다변화하는 데 소홀했다. 수출 안정기의 달콤함에 젖어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할 수단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제야 밀린 숙제의 부담감에 정신이 들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반도체에 사용되는 핵심소재의 일본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데도 그동안 문제의식이 부족했다. 정부가 반도체 핵심소재·부품 등의 자립화와 수입처 다변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발표를 들으니 덮어둔 숙제가 더욱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그동안 너무 근시안적으로 국정운영을 했다는 비판이 적절해 보인다.

둑은 터졌고 물은 들어왔다. 어쩌겠는가. 2019년 오늘 우리의 현실인 것을. 과거로 다시 갈 수도 없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상대는 덩치가 큰 일본이다. 신중하고 당당하게 맞서면서 지금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균형 있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력이 필요하다. 국정운영도 예습·복습·숙제 제때 하기는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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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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