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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근초등학교를 찾은 이유는 '책 발간' 때문이었다. 성동문화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지역 프로젝트인 <성동별곡>의 대상지가 올해는 사근동과 용답동이었다. 동네잡지 <성수동쓰다> 편집위원회는 '잡지발간'을 맡았고, 그 책에 꼭 동네 사람들이 직접 맡은 꼭지가 있으면 했다. 사근동은 남동쪽으로 청계천 중랑천이 휘감아 돌고, 북서쪽은 사근고개가 있어 '고립된 동네'다. 그 마을에는 유일한 공립 초등학교인 '사근 초등학교'가 있다. 초등 3~4학년 과정에는 '우리고장 알아보기' 교과목이 있다. 우리는 그 학생들에게 글과 그림을 받고자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 학교, 우리 동네 그곳!' 그게 우리 잡지팀의 기획이었다. - 기자 말

학교엔 풀과 나무가 가득
 
임인숙 사근초 교장(왼편)과 하대헌 교감. 사근초등학교엔 서울시와 구청과 마을의 자료들, 학교의 역사 자료들, 풀과 나무가 무성했다. 사근이와 근면이를 위한 모든 것들.
▲ 임인숙 사근초 교장(왼편)과 하대헌 교감. 사근초등학교엔 서울시와 구청과 마을의 자료들, 학교의 역사 자료들, 풀과 나무가 무성했다. 사근이와 근면이를 위한 모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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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후 바로 움직인 터라 학교 방문 시 사전연락을 하지 못했다. 2018년 발행했던 성동별곡 잡지 <성수 옥수>를 가져간 것도 아니었다. 방문의 취지를 설명하고 방문록을 적자 다행히 '출입증'이 발급되었다. 학교보안관은 행정실과 교무실 중 선택해 가라며 위치도 설명해 주었다. '교장 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게 가장 빠르겠지? 결국 교장선생님도 알아야 하니깐.' 그게 나의 생각이었다. 행정실에선 "앉아 기다리시죠"라며 간결히 응대했다. 이후 임인숙 교장선생님은 "교감 선생님과 함께 들을게요"라고 했다. 그렇게 일이 진행되었다.

내겐 이 과정이 놀라웠다. 형식적 관료제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구성원 간 역할이 나뉘어있을 뿐, 권한은 일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사전연락, 문서제시, 신분의 증명, 상급기관의 허락 같은 요소들 없이도 그저 만나서 대화하는 것만으로 (예정하지 않았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갔다.

하대헌 교감선생님이 '사근초 안내자료'를 내게 건냈다. 9월 10일자, 사근초에 부임하는 선생님들과 나눈 학교 안내자료였다. '낯선 외부인'과도 기꺼이 '교육'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모습이 신선했다.

내게 임인숙 교장선생님이 학교 자랑을 이어간다.

"운동장 상자텃밭에서 벼를 키워요. 벼꽃이 하얗게 폈다가 지금은 다 날아갔어요. 우렁이도 함께 자라요. 언제부턴가 올챙이도 생겼는데 뒷다리가 나기 시작했어요. 청계천에서 온 개구리가 알을 낳은 건지... 유치원 아이들은 땅콩을 키우는데 정말 좋아해요. 우리 학교 앞쪽 건물과 뒤쪽 건물 사이에는 숲공간이 있어요. 잣나무만 무성해 아이들이 잘 가지 않던 곳이에요. 현재 원예수업을 하는 우리 학생들이 상추, 고추, 파프리카 같은 걸 키워요. 서울시에서 온 도시정원사와 함께 가꾸는 에코스쿨이에요."
 
학교 건물들 사이에 정원을 다시 꾸몄다. 왼편 항아리는 빗물을 모아 모으는 중이다. 곳곳에 나무와 풀을 키우며 작은 생명들을 자라게 한다.
▲ 학교 건물들 사이에 정원을 다시 꾸몄다. 왼편 항아리는 빗물을 모아 모으는 중이다. 곳곳에 나무와 풀을 키우며 작은 생명들을 자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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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근초등학교는 청계천 중랑천 근처 야트막한 언덕 자락에 자리 잡은 작은 학교다. 1967년 개교한 이 학교는 한때 50여 개 학급에,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수업했을 만큼 '큰' 학교였다. 현재는 13개 학급. 그나마 두 학급은 특수학급이고 특수아동은 10명이다. 학생 총원은 199명. 학령아동이 줄어서만은 아니다. 2005년 개교한 마장초와 기존 학군을 공유하게 된 것도, 지리적으로 한양대학교 인근이라 집들이 대개는 원룸으로 바뀌고 학생들에게 세를 주는 특수한 환경인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아이 키우는 부부가 살 만한 집 자체가 별로 없다. 사근초는 이런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마을선 학교 행사, 부모가 자주 학교에 초대되다

"사근초등학교엔 이곳 토박이분들의 자녀, 손주들이 많아요. 아이들이 이모, 고모랑도 동창이에요. 온 마을이 학교를 사랑하고 돌봐주는 느낌이 있어요. 저희도 그분들과 어떻게 하면 '더 가깝게 만나고 교육을 함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요. 저희가 지난해 학부모 연수를 많이 진행했어요. 한 번은 빗물펌프장 옆 사근담쟁이 건물에서 했고, 한 번은 학교에서 진행했어요. 부모님들을 모시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있죠. KBS국악관현악단 같은 곳을 모셨어요. 11월 12일에도 문화공연이 준비되어 있어요. 맞벌이 부부가 많다보니 2016년엔 저녁소풍 행사도 학교에서 진행했어요. 해마다 열리는 별빛독서캠프에는 부모님들이 참여해 학생들에게 직접 책을 읽어주세요. 학부모님들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학교에서 제공하고, 학부모님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십니다."

사근초등학교에선 해마다 동문 체육대회도 열린다. 총동창회의 활동도 사근초 후배아이들에게 먼저 향해 있다. 체육복과 교복을 선물하고,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앨범비를 제공한다. 사근초는 성동구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교육지구 움직임에도 동참하고, 2016년 도시재생 희망돋움지 사업과도 협력한다. 학교는 이런 점에서도 마을과 가깝다.
  
오형완 사근초 학교보안관. 학교 아이들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경비실(보안관실)에선 비오는 날 우산을 아이들에게 빌려준다. 운동장에선 아이들은 수업전, 그리고 오전 두 시간 수업후에도 놀 수 있다.
▲ 오형완 사근초 학교보안관. 학교 아이들 이름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경비실(보안관실)에선 비오는 날 우산을 아이들에게 빌려준다. 운동장에선 아이들은 수업전, 그리고 오전 두 시간 수업후에도 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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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놀이터도 새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어요. 학교를 지키는 교목 느티나무에 트리하우스를 지어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요. 나무 위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는 건, 땅에서 보는 세상하고 다르잖아요. 재정 상태 때문에 계속 수정되고 있지만 설계도 이미 마쳤어요. 재정이 확실히 마련된 게 아니어서 학부모님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어요." 

느티나무 놀이터 자랑하는 교장선생님
아이들 이름 모두 외우는 학교보안관


교장선생님은 '사근초 꿈담 놀이터' 설계안도 내게 보여주었다. 설계대로 된다면 사근동의 명물이 될 만한 놀이터이다.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공개되는 도서관, 학교에 와서 책을 읽어주는 학부모들, 부모들 독서동아리 이야기 등 모든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나올 때 교감선생님의 배웅을 받았다.

'건물 입구서 아래층 식당까지, 다시 교문으로 향하는 교정길까지' 빼곡하게 새겨진 사근초등학교 52년 역사를 보라고 그가 말했다. 오래된 사진, 트로피, 상장과 졸업장 등이 학교의 시간들을 하나하나 말해주고 있었다. 이곳 학생들 '사랑이'와 '근면이'가 쓰고 그린 학교 이야기도 거기 있었다. 그리고 새겨져 있는 문구.

'미래는 기나긴 과거를 가지고 있다.'

교정엔 늦은 장마비가 내리고 있었다. 옹기종기 하교하던 아이들이 벼텃밭 상자를 바라본다. 연밥을 먹고 있는 올챙이, 더듬이를 내밀고 움직이는 우렁이들을 보고 있었다. 차량이 오가는 정문 앞에선 우산을 든 보안관이 아이들을 살피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을 전부 외우고, 부모들과도 매치를 하신다" 말한 오형완 보안관님이었다. 사근초는 외부인을 환대 해주었다. 벼 텃밭상자 속에서 자라고 있는 올챙이들에게도 그랬다. 마치 집밖의 집처럼 친근한 이 학교의 이름은 사근초등학교다.
 
“사근초 교목 느티나무에 올라서 세상을 보게 하고 싶다.” 임인숙 교장선생님의 꿈이다.  놀이터를 새로 지을 계획으로 설계안까지 나와있다.
▲ “사근초 교목 느티나무에 올라서 세상을 보게 하고 싶다.” 임인숙 교장선생님의 꿈이다.  놀이터를 새로 지을 계획으로 설계안까지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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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고, 흙길을 걷는다. 글자 없는 책을 읽고, 모양 없는 형상을 보는 꿈을 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