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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여러 고장에 우리말 강의를 다니면서 꽤 자주 들었던 물음 가운데 '샘님'이란 말씨가 있습니다. 학교 안팎에서 흔히 이 말씨를 '은어' 아니냐고 여기는 흐름이 짙은데, 아예 새롭게 바라보고 뜻풀이를 달면 어떨까요? 청소년이 물어본 말에 답변을 해 준 이야기를 추슬러 봅니다.

[물어봅니다] 저기, 이런 걸 물어봐도 될는지 모르겠는데요, 저희는 '선생님'들을 '샘님'이라고 부르거든요. 어떻게 보면 학교에서 쓰는 은어 같다고 할 수 있는데, 저희가 선생님들을 '샘'이나 '쌤'이나 '샘님'이나 '쌤님'이라 부르는 말씨는 나쁜 말이 아닌가요? 이런 말은 안 써야겠지요? 그렇지만 또 묻고 싶은데요, 이런 말은 나쁜 은어이니 안 쓰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이 말이 저희 입에서는 떨어지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해결책 좀 알려주셔요.

음, 무슨 말부터 하면 좋을까 생각해 봐야겠네요. 제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던 1982∼1993년 사이를 떠올리면, 그때에는 '샘·샘님·쌤·쌤님'이란 말을 못 들었어요. 다만 저는 인천이란 고장에서 나고 자랐기에 못 들었을 수 있어요.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도 살아 보고, 또 여러 고장을 두루 다니다가 경상도 쪽에서 "샘이요"나 "샘님이요" 하는 말씨를 처음 들었어요. 전라도 쪽에서는 "슨상님"이라 하는 말씨를 들었지요.

제가 나고 자라던 고장에서 듣거나 쓰는 말을 넘어, 여러 고장에서 저마다 다르게 쓰는 말씨를 들으며 무척 재미나고 새로웠어요. 인천이든 서울이든, 어느 고장 어느 학교에서든 고장말(사투리)도 같이 가르치면 참으로 재미날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왜 그렇잖아요, 우리는 영어라는 외국말을 학교에서 배우고, 일본말이나 독일말이나 중국말이나 프랑스말이나 러시아말 같은 다른 외국말을 '제2외국어'란 이름으로 학교에서 배우기도 해요. 이렇게 배우는 여러 말 가운데 '서울 말씨가 아닌 전국 여러 말씨'도 '한국말 수업(국어 수업)'으로 배우면서, 여러 고장 다 다른 살림결을 헤아리는 길을 열면 좋겠구나 싶어요.

자, 이 고장 저 고장 다 다르네 싶은 말씨 이야기를 들어 보았어요. 제가 왜 고장말 이야기를 들었느냐 하면, 경상도 이웃님이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상냥상냥한 숨결을 담아서 "샘이요, 내 말 좀 들어 보이소" 하고 묻는 말씨가 대단히 보드라우면서 참하네 싶더군요. 이 말씨를 듣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샘'이든 '쌤'이든, '선생·선생님'을 줄여서 부르는 말씨로 볼 수도 있지만, '골짜기에서 비롯하는 맑은 샘물'을 가리키는 '샘'으로 생각해 보아도 즐겁고 재미나며 아름다운 우리말이 될 만하다고 볼 수도 있어요.
[숲노래 사전]
샘·샘님 : 숲이나 멧골에서 비롯하여 온누리를 시원하고 포근하게 적시는 물줄기처럼, 사람들을 슬기롭고 상냥하게 가르치면서 스스로 새롭게 배울 줄 아는 몸짓으로, 언제나 부드럽고 너그러운 품이 되어 즐거이 앞장서고 먼저 살림을 지어서 익힌 하루를, 차근차근 이야기로 들려주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사람.

한 해 내내 맑고 시원하면서 포근하게 솟아나는 물이 샘물입니다. 바다에서 아지랑이가 되어 하늘로 오르고는 구름으로 바뀐 뒤 비로 거듭나서 온누리를 촉촉히 적셔 푸나무에 스며들었다가 새롭게 흙 품에 안겨 고이 잠든 뒤에 서로 모여 땅밑을 흐르는 길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샘을 이루어 퐁퐁 솟아나요.

이러한 흐름으로 우리 터전을 감싸는 샘물이요, 냇물이며, 바닷물입니다. 모든 물줄기에서 첫자리가 되는 곳인 샘물이요, 모든 숨결이 자라나고 싹트고 퍼지는 첫길이 되는, 다시 말해서 우리가 우리답게 비롯하는 빛이 '샘(샘물)'인 만큼, '샘'이라는 낱말 하나를 혀에 얹으면. '샘+님' 곧 '샘님'이라 부르면, 서로 아낄 줄 알고, 서로 배울 줄 알며, 서로 앞장서서 새로운 기쁨을 나누는 자리에서 이슬떨이가 된다는 뜻이니, 더없이 아름답고 빛나는 이름이로구나 싶습니다.

'교사'나 '선생님'을 가리킬 새로운 이름으로 '샘님'을 쓸 만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새말을 지어도 새삼스러우면서 멋지지 않을까요? 우리가 어떤 나쁜 변말(은어)을 쓴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느 결에 새로우면서 고운 말씨를 문득 하나 지어서 쓴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어요.

단출히 '샘'이라 해도 좋아요. "박 샘"이나 "김 샘"이라 해도, "아름 샘님"이나 "보람 샘님"이라 해도 좋지요. 어린이나 푸름이인 학생이 어른인 선생님(교사)한테 수수하게 '샘'이라고만 불러도 좋다고 여겨요. '샘·샘님'은 모두 슬기롭고 상냥히 가르치는 어느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삼을 수 있거든요.

생각을 새롭게 하면 좋겠어요. 말을 새롭게 사랑으로 바라보면 좋겠어요. 우리는 나쁜 말도 좋은 말도 쓰지 않아요. 언제나 우리 고운 꿈과 슬기로운 사랑을 담아서 쓰는구나 싶어요. 그러니까요, 우리 모두 샘이 되면 어떨까요? 학생인 어린이하고 푸름이도, 선생님인 어른들도, 서로서로 가르치면서 배울 줄 아는 샘님이 되기로 하면 어떨까요? 아이들 곁에서 샘 같은 어른으로, 어른들 사이에서도 샘물 같은 지기로, 다같이 맑고 사랑스러운 샘이자 샘님으로 어우러지면 어떨까요? 이런 뜻으로 여러 고장말을 살몃살몃 섞어 노래꽃을 한 자락 지어 봅니다. 이 노래꽃을 즐기면서 새말 한 마디를 우리 눈빛으로 곱게 바라보아 준다면 좋겠습니다.
 
 어린이하고 어른 사이에 서로 샘물처럼 흐르는 맑은 '길잡이'가 되는 마음으로 '샘님' 같은 이름을 새롭게 써 보면 어떨까요?
 어린이하고 어른 사이에 서로 샘물처럼 흐르는 맑은 "길잡이"가 되는 마음으로 "샘님" 같은 이름을 새롭게 써 보면 어떨까요?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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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님 (숲노래 씀)

저그짝에선 슨상님 슨상님 하는디
영 맴에 안 들어
조고짝초롬 샘님 샘님 하믄
참 착착 감겨들어

거 보이소
마을마다 어귀에
샘이 떠억하니 흐르잖소
골짝서 조르조르 맑게 솟잖소

앞에서 이끄니께
이슬을 걷어 주는 길잽이니께
뒤에서 받치니께
바위 되어 든든 버텨주니께

샘 같은 님이지예
샘물마냥 맑지예
샘빛으로 곱지예
샘님 샘님 참 좋잖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s://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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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