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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페이드포: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안홍사 출판)의 저자 레이첼 모랜.
 책 "페이드포: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안홍사 출판)의 저자 레이첼 모랜.
ⓒ 레이첼 모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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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옹호론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는 '성인들 간의 합의'라는 말이다. (중략) 성매매되는 많은 자들의 경우 성인이 아니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성인과의 성관계에 '합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또한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비율이 나처럼 최초 성매매를 '합의'하였을 당시 성인이 아니었다." (97쪽) 

"내게는 발가벗겨져 사진 찍히고 자세를 취하는 행위가 발가벗겨져 일방적으로 성행위 당하고 자세를 취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 그 당시에 여섯 명 정도의 아이들과 함께 일했는데 그 아이들 모두 10대 중후반이었다." (126쪽)

<페이드 포: 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의 저자 레이첼 모랜은 아일랜드 더블린 북부에서 자라 노숙 생활을 전전하다가 15살에 성매매에 유입됐다. 그는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전형적인 문제 가정이었다"고 회고한다. 이후 레이첼 모랜은 1998년 22살에 '탈성매매' 할 때까지 더블린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착취' 당했다. 

그는 '탈성매매' 이후 24살 더블린시티 대학에 진학해 저널리즘 학위를 받았다. 레이첼 모랜은 자신의 성매매 경험을 바탕으로 쓴 2013년 책 <페이드 포>를 출간했다. 그는 책에서 '성매매 여성'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성매매 여성이라는 용어가 사람이 실제로 자신에게 가해진 것을 체현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21쪽)이라 게 이유다.

현재 레이첼 모랜은 스페이스 인터내셔널(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성매매 학대 생존자들) 구성원이다. 그는 2013년 2월 아일랜드 정부를 상대로 성매매 경험을 증언했다. 그 후 2014년 11월, 아일랜드 정부는 노르딕 모델(성매매 축소를 위해 성매매 판매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를 처벌하는 북유럽 국가의 정책. 실제로 정책 후에 유의미하게 성매수 남성의 비율이 줄었다고 알려져 있다) 강령을 실행하기로 결정하고 공식 발표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성매매를 가능케 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전 시대를 걸쳐 그 어떤 다른 요소들보다도 성매매를 지속하게 하는 요소가 하나 있다. 그것은 수요라는 원동력이다." (426쪽)

이 책은 유명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에게 찬사를 받았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성착취를 멈추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모랜의 변화와 인간이 지니는 기본적 존엄성에 대한 주장에서 용기를 얻을 것"이라며 <페이드 포>를 추천했다. <페이드 포>는 2019년 9월 27일 한국에 번역돼 나왔다. 

여성학자 정희진씨는 <페이드 포>를 두고 "성매매의 본질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성매매에 대한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 책이 한국 사회의 성매매 인식 변화에 기여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이메일을 통해 레이첼 모랜과 서면 인터뷰를 주고 받았다. 레이첼 모랜은 "이 책을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또 그는 "한국에도 노르딕 모델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성매매 '제도'를 낙인찍어야... 여성들이 자유 위해 싸우길"
 
 <페이드 포> 겉표지
 <페이드 포> 겉표지
ⓒ 안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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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드포>를 쓸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15살에 성매매에 유입돼 22살에 탈성매매를 한 사람으로서, 저 자신이 성매매 안에서 청소년에서 성인이 됐음을 직면하는 일이었습니다. 최초에는 직면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나중엔 쓰고 공개하는 것 또한 힘겨웠습니다. 이 책이 일련의 대면 과정을 대중에게 공개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또 성매매라는 주제에 대한 관습적인 금기를 극복하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이 책은 '공적인 말하기'지만 제 경험이기도 하니까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성매매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말합니다. 항상 그래 왔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상관없이 성매매에 관해서 모두가 의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느끼는 듯해요. 그것이 너무나 무지한 것인데도요.

이것은 정말 화나는 현실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면 거짓말쟁이, 허풍쟁이, 혹은 사기꾼이라고 불립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우리를 그렇게 칭하는 게 우리가 무얼 말하는지 경청하는 일보다 더 쉬운 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 어떤 독자들이 당신의 책을 읽어주길 바라나요?
"무엇보다도 저는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이 이 책을 읽어주길 바랍니다. 우리는 어디서나 여성혐오를 봅니다. 여성들이 남성의 성구매와 성적인 용도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페미니스트들은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너무 명확해서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일 만큼요. 유감스럽게도 이 사실을, 세상 어느 곳에서는 아직도 말해야 합니다. 또 저는 성매매에 유입돼 있거나 유입된 적 있는 여성들, 그리고 여성들로부터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교육받은 청년들, 다음 세대 정책 입안자들이 될 청년들도요. 성매매를 방지하는 적절한 법안을 입안하기 위해서 그들이 성매매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당신이 책을 쓴 이후로 아일랜드의 성매매 정책은 변했습니까?
"네. 변했습니다. 성구매자들을 형사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을 아일랜드에 도입하기 위한 캠페인에 저도 참여했어요. 이제 아일랜드에서 성을 구매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한국도 이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그러기 위해선 한국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고 요구하는 게 필요할 겁니다. 그들이 잘 해내기를 바랍니다." 

- 한국은 많은 남성들이 성매매를 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의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50.7%가 성구매 경험 있다고 답했다.) 반성매매 활동가로서 한국의 현실을 어떻게 보나요?
"한국에도 노르딕 모델이 필요합니다. 그 정도로 간단합니다. 한 국가가 인간의 성을 구매하는 일이 광범위한 사회적 현상이 될 지경에 이를만큼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 국가라면 법률로써 바로잡는 방안이 필수적입니다.(한국의 성매매특별법의 경우 노르딕 모델과 달리 성을 파는 사람을 위주로 처벌해왔다.)" 

- 한국의 많은 성매매 여성들은 '여성혐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해야 혐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제도(관습)에 낙인을 찍는 것과 그 제도 안에서 착취되는 이들에 낙인찍는 일은 너무나 다릅니다. 성매매 제도는 언제나 낙인찍혀야(비난받아야) 합니다. 성매매 안에서 착취 당하는 이들은 결코 낙인찍혀선 안 됩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차이입니다. 여기서 낙인찍혀야 할 사람들은 취약한 여성, 아동, 트랜스젠더의 신체에 성적 접근을 구매하는 남성들입니다." 

- '반성매매론'의 반대 지형에는 '성노동론(성매매도 노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기자 주)'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매매가 노동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성매매를 노동이라 일컫는 건 당신이 낯선 이들의 성기를 끊임없이 입안에 넣어본 적 없기에 쉽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말하는 여성, 특히 학계에서 볼 수 있는 여성들에게 오직 경멸밖에는 들지 않습니다." 

- 성매매 경험 속에서 당신을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것이 무엇입니까? 
"성매매, 그리고 완전히 모멸 당하는 행위자들의 가장 큰 비극은 인간적인 잠재력을 상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탈성매매 이후 가장 성취감을 준 건 중단했던 교육을 다시 받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탈성매매 이후 2년 뒤 대학에 갔고 더블린시티 대학에서 저널리즘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것은 확실히 가장 성취감을 주는 일이었습니다. 이건 성매매 경험을 가진 모든 여성들에게 제가 간절히 바라는 일이기도 합니다."

- 많은 성매매된 여성들이 탈성매매를 꿈꾸지만 현실 앞에 가로막혀 실패하곤 합니다. 이런 여성들에게 당신이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계속 당신의 자유를 위해 싸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성매매의 반대쪽에 삶이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투쟁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당신의 권리와 자유를 향한 정치적 운동에 참여하세요. 그리고 그 캠페인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시작하는 일은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정부에 청원하세요. 당신의 고용, 성매매 중단, 교육과 훈련, 육아, 주거, 그리고 중독 치료를 포함한 의료보험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법 입안을 요구하세요. 사회의 가장 낮은 행위자인 당신은 투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투쟁하세요."

(번역: 최현지)

페이드 포 - 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

레이첼 모랜 (지은이), 안서진 (옮긴이), 안홍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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