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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타난 저물가 현상은 금융안정에 주력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기인한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 2013년 이후 물가상승률이 1%대에 머무르는 등 저물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해 한국은행이 가계 부채 대응을 위해 오히려 금리를 인상하는 등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 경제정책의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8일 발간한 '최근 물가상승률 하락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KDI가 연구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KDI는 특히 2018년 11월 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대표적 문제 사례로 꼽았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 연구위원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1% 내외로 정체되고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은행은 가계 부채 급증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라며 "실질금리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반대 방향으로 조정된 것은 통화정책이 물가와 경기 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물가상승률은 2013년 이후 목표수준에 크게 못미쳤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물가안정목표는 2.5~3.5%였지만 실제 값은 실물경기에 큰 충격이 없었음에도 1.1%에 그쳤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의 물가안정목표는 2.0%였지만 실제 값은 1.5%였다.

"통화정책, 물가안정 중심으로 수행돼야"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및 GDP 디플레이터의 상승률.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및 GDP 디플레이터의 상승률.
ⓒ 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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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통화정책이 물가 대응에 실패한 원인으로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금융 안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구조적 제약을 꼽았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물가안정목표 달성과 함께 금융안정에도 유의해서 통화정책을 펴도록 돼 있다. 저물가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 인하 카드를 쓸 경우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연구위원은 "현 통화정책 운용체계에서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의 필요성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추구해야 할 목표와 방향에 대한 해석이 불명확하다"라며 "금융안정을 명시적 목표로 삼고 있는 현재의 통화정책 운용체계는 물가상승률 하락을 기준금리 인하로 대처하는 것을 제약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디플레이션 예방을 위해 물가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은행이 저물가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한 셈이다.

정 연구위원은 "물가안정은 통화정책 이외의 정책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을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운용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통화정책이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수행된다면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가하락 원인엔 정부와 반대 입장 "수요 측 요인 크다"

KDI는 또 지난 달 물가상승률이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불거진 디플레이션 논란에 대해 "물가하락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올 들어 물가상승률이 1월부터 8월까지 0%대를 기록하다가 지난 달 -0.4%로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물가 하락에 수요 측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혀 정부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일 9월 물가동향 발표 후 유가 하락과 무상 복지 확대 등 공급 측면이 미친 영향이 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물가가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은 아니다, 연말에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KDI는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감소 등 수요 위축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9월 물가동향을 보면, 주요 공급 충격인 날씨나 유가 등이 영향을 주는 식료품과 에너지는 물가상승률 하락에 -0.2%포인트 기여했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상품(-0.3%포인트)과 서비스(-0.4%포인트)도 물가상승률 하락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연구위원은 "올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모두 하락한 것은 공급 충격보다는 수요 충격이 더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진 물가상승률 추세가 주요국에서는 반등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낮은 물가상승률을 세계적인 저물가 현상의 반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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