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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하는 희생자 유족들 이날 태안유족들을 비롯해 전국에서 달려온 민간인희생자 유족들은 최태육 목사의 추모글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 묵념하는 희생자 유족들 이날 태안유족들을 비롯해 전국에서 달려온 민간인희생자 유족들은 최태육 목사의 추모글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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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만에 경찰서장이 추모화환을 보내고, 경찰 출신 군수가 취임 이후 두 연속 참석해 특별한 메시지를 보내는 등 그 어느 때보다도 특별했던 열한번째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태안군합동추모제에서는 추모제에 참석한 유족들의 심금을 울린 장면도 연출됐다.

(사)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의 주최로 열린 '제69주기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제11회 태안군합동추모제'는 지난 2일 태안유족과 김보경 전국유족회장, 전국에서 먼 길을 달려온 유족회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태안군청 대강당에서 합동추모제로 엄수됐다. (관련기사 : 경찰 출신 군수와 세월호 유가족... 특별했던 태안민간인희생자 추모제)

합동추모제에서는 부역혐의 희생자 860명을 비롯해 보도연맹 희생자 115명, 기타 74명을 포함해 모두 1049위에 대한 추모제가 거행됐다.

유족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 심금을 울린 장면은 2부 합동추모식에서 연출됐다. 정석희 태안유족회장과 가세로 태안군수, 김기두 태안군의회의장의 추모사가 끝나고 다시 사회자의 순서가 오자 사회를 맡은 강희권 태안유족회 상임이사는 특별히 소개해야 할 추모글이 있다며 사연을 소개했다.

강 상임이사는 "지난해 '태안민간인학살백서'가 발간됐고 출판기념회를 가졌는데, 백서를 집필한 최태육 박사께서 병환으로 입원하는 바람에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보내 준 추모글은 꼭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고, 사회자가 대신 낭독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태안민간인학살백서를 주도적으로 집필한 최태육 목사 최 목사가 지난해 제10회 태안민간인희생자 합동추모제에서 '태안민간인학살백서' 발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태안민간인학살백서를 주도적으로 집필한 최태육 목사 최 목사가 지난해 제10회 태안민간인희생자 합동추모제에서 "태안민간인학살백서" 발간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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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상의 빛을 본 태안민간인학살백서 최태육 목사가 주도적으로 집필한 '태안민간인학살백서'에는 보도연맹, 적대세력사건, 예비검속, 부역혐의 희생자의 명단과 사건 배경, 구술자 추가조사 등이 총망라돼 있다.
▲ 지난해 세상의 빛을 본 태안민간인학살백서 최태육 목사가 주도적으로 집필한 "태안민간인학살백서"에는 보도연맹, 적대세력사건, 예비검속, 부역혐의 희생자의 명단과 사건 배경, 구술자 추가조사 등이 총망라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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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유족들에게 전한 최태육 목사는 지난해 세상에 빛을 본 '태안민간인학살백서'를 주도적으로 집필했다.

최 목사가 집필한 백서에는 보도연맹, 적대세력사건, 예비검속, 부역혐의 희생자의 명단과 사건 배경, 구술자 추가조사 등이 총망라돼 태안민간인희생자들이 역사 속에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지난해 열린 '태안민간학살백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던 최태육 목사는 "백화산에서 희생된 보도연맹원은 처형 과정에서 시신이 불탔다. 불에 탄 아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아버지, 자식의 심정으로 백서를 집필했다"면서 "전쟁에서 물려받은 유산은 국가에 대한 공포와 불신이었을 것"이라고 집필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최 목사는 "태안군에 치유센터와 인권교육을 제안한다"고도 했다.

추모글 제목은 '기쁜 마음으로'… 낭독 끝나자 유족들은 '숙연'

 
세월호 희생자 유족 김영오씨 소개하는 강희권 상임이사(사진가운데) 열한번째 태안민간인희생자 합동추모제 사회를 본 강희권 상임이사가 김영오씨와 구자환 감독을 소개하고 있다. 강 상임이사는 이날 최태육 목사의 추모글을 낭독해 유족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 세월호 희생자 유족 김영오씨 소개하는 강희권 상임이사(사진가운데) 열한번째 태안민간인희생자 합동추모제 사회를 본 강희권 상임이사가 김영오씨와 구자환 감독을 소개하고 있다. 강 상임이사는 이날 최태육 목사의 추모글을 낭독해 유족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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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머뭇거리던 강 상임이사는 이내 최태육 목사의 추모글을 낭독했다. 추모글의 제목은 '기쁜 마음으로'였다. 하지만 강 상임이사의 목 메인 추모글 낭독이 끝났을 때는 합동추모제가 열린 태안군청 대강당 안이 일순간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강 상임이사의 목소리로 낭독된 최 목사가 보낸 추모글 '기쁜 마음으로'의 전문은 이렇다.

「태안읍에서 남면 방향으로 나 있는 77번 도로를 가다가 오토바이를 탄 배씨 할아버지를 만났다.
"송암리가 어디에요?"
"뭐 때문에 그러시는데요?
"전쟁 때 돌아가신 분을 조사하고 있어요. 송암리로 가려고요."

가던 방향을 돌려 따라오라고 하면서 혼자 내빼신다. 부랴부랴 차를 돌려 그 뒤를 따랐다. 뒤도 안 돌아보시고 몇 km를 달려가신다. 친절해도 지나치게 친절하시다.

판넬로 지어진 허름한 집 앞에 서더니 들어오라 하신다.
"형님!"
"읍에 간다고 하더니 왜 벌써와?"

다소 어두운 방에 배씨 할아버지가 누워 계셨다. 힘겹게 일어나 앉으셨는데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깡마른 체격에 얼굴이 까맣고 배가 불룩하다.

방문목적을 말씀드리니 빙그레 웃으신다. 기다렸다는 듯이 전쟁 때 돌아가신 13분의 희생자들을 찬찬히 말씀하신다.

누구는 바금이, 누구는 태안경찰서 유치장, 누구는 대전, 누구는 사기실재에서 희생되었다고 한다.

몇 분 동안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힘들다고 누우신다. 간암 말기로 배에 복수가 차서 앉아 계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기쁘신 것 같다. 평생 간직했던 한을 푸신 것이다. 동생이 처음 만난 나를 자기 형의 집으로 데리고 온 이유를 알 것 같다.」


한 마디를 남겨 놓고 갑자기 강 상임이사가 말문을 멈췄다. 모두가 그를 주시했다. 잠시 주저하던 그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에 모두가 숙연해졌다.

「몇 달 후, 면담 직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유족들은 그저 자기 앞에 놓인 책자를 넘기며 애써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감정을 추스렸다.

잔인했던 태안민간인학살… 총상 입어 창자 부여잡은 여인 확인사살까지

한편, 이날 태안유족회가 발간한 제11회 태안군합동추모제 책자에는 태안군 원북면 솜틀다리에서 발생했던 사연도 소개돼 한국전쟁 당시 태안군에서의 민간인학살이 얼마나 잔인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창자를 부여잡은 여인'이라는 글로 소개된 증언은 이렇다.

「솜틀다리에서 한 여인이 생존했다. 복부에 총상을 입은 여인은 삐져나오는 창자를 누르며 기어서 200~300미터를 이동했다. 황촌리로 가려했던 것일까? 걸어가기도 힘든 고개를 기어올랐다.

소총으로 무장을 한 치안대원 두 명이 그녀의 앞을 가로 막았다. 그 자리에서 확인 사살을 하였다. 전쟁 전에는 서로 잘 아는 동네 이웃이었다.

자기 집 앞에서 이를 목격한 목격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창자가 나온 여자를 단번에 쏴 죽일 수 있는가?"」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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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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