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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이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맞추는 노동존중 사회를 지향하는 신조어다. 전국 지자체, 공사 등 공공부문에서 노사간 협약을 통해 워라밸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하지만 충북도는 지난 3월 공무원노조와 고위 간부들간에 협약 필요성을 공감하고도 9개월이 지나도록 협약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부지사까지 동의했으나 최종 결재권자인 이시종 지사가 사인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공무원노조(위원장 이병민)가 지난 8월 워라밸회복실천운동을 선언했고 10월 1일 집행부와 노조간에 서약식을 추진했다. 노조와 담당부서(법무혁신담당관실)에서 '워라밸 실천서약식' 세부일정까지 잡았으나 불발됐다. 결국 1개월 순연시켜 11월 1일로 재추진했으나 이 역시 이시종 지사의 막다른 벽을 넘지 못했다.

부산·전북은 하는데 충북은?
 
 지난 9월말 이시종 지사는 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결과 보고대회에서 “세계사에 남을 족적”이라고 자평했다.
 지난 9월말 이시종 지사는 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결과 보고대회에서 “세계사에 남을 족적”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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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부산시는 부산고용노동청과 공동주최로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한 대시민 캠페인 '2019 부산 워라밸 페어'를 개최했다. 부산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차로 '부산시 워라밸 주간'을 설정해 5일간 다양한 워라밸 행사를 진행한다. 워라밸 우수기업 시상식도 열어 지자체가 지역내 민간분야까지 워라밸을 선도하고 있다. 전북도도 지난해 11월 송하진 지사와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워라밸 실천 서약식'을 가졌다. 전북도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18년 지방자치단체 인사혁신대상 경진대회'에서 조직문화개선을 통한 워라밸 문화확산을 주제로 인사혁신 추진 사례를 발표해 최우수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충북도공무원노조는 지난 3월 행정 부지사 등 간부진과 브라운 백 미팅(점심 식사를 곁들이면서 편하고 부담 없이 하는 토론)을 하는 자리에서 워라밸 협약을 제안했다.

협약내용은 5급 이상 간부의 경우 ▲ 가족친화적 직장문화 조성을 위해 정시출퇴근데이, 가족의 날에는 솔선수범해 직원들이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자유로운 연가, 유연근무제,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을 적극 장려한다 ▲ 회의와 보고의 간소화로 업무효율성을 높인다 ▲ 긴급한 사안이 아닌 경우 근무시간 이후에 업무적 연락을 하지 않는다 등을 실천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6급 이하는 ▲ 오래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경직된 의식을 타파하고 업무시간 내에 집중하고 효율적으로 일해 업무생산성을 높이는 직장분위기 조성에 앞장선다 ▲ 정시 퇴근, 육아휴직 동료들이 눈치를 받지도 주지도 않는 모두가 즐거운 근무환경 만들기에 동참한다 ▲ 직급과 나이를 떠나 직원간 서로 존중하고 먼저 배려하며 격의없는 소통을 통해 행복한 직장문화조성에 앞장선다 등이다.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처벌조항도 없는 선언적 실천운동이기에 브라운 백 미팅 참석자 모두가 동의했다고 한다.

노조는 도 공무원들이 이 지사 취임 이후 매주 월~금요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리는 간부회의와 회의자료 작성, 조기 출근, 행사 차출, 중앙부처 수시 방문 등으로 조직 전반에 업무과부하에 시달린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지난 8월 노조는 '워라밸회복실천운동'을 공식선언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지난 10년간 도민과 도정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소리없이 일하면서 감내해 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직원 복지 전국 최하위'라는 오명뿐이었다"고 하소연했다.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건 안된다?
 
 지난 8월 충북도공무원노조의 워라밸실천운동 캠페인 집회
 지난 8월 충북도공무원노조의 워라밸실천운동 캠페인 집회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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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10월 1일 직원조회 개최 직후 지사와 직원들이 함께 하는 워라밸 실천 서약식 행사계획까지 마련하게 됐다. 노조는 서약식 이후에는 노사화합콘서트 등 행사를 통해 워라밸 문화 확산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행정부지사, 기획관리실장, 행정국장 등이 모두 동의해 추진한 서약식은 행사 직전 취소됐다. 이 지사가 최종 결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비판기사가 게재되자 한창섭 행정부지사는 "서약식을 안 한다고 해서 실천을 안하겠다는 건 아니다. 지사, 실무자들과 다시 논의해보겠다"고 언급했다. 노조는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한 채 1개월 연기해 추진하기로 했으나 11월 들어서도 이 지사의 입장은 변함이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지사실 관계자는 "지사님이 서약안 내용을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도지사는 공무원의 대표이기에 앞서 전 도민의 대표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다. 장기간 경기침체로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처지인데 공무원 조직만 복리후생을 강화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워라밸 협약내용을 동의하지만 대외적인 행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결국 공무원 근무여건 개선이 민간분야에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3월부터 9개월째 워라밸 서약을 추진해온 이병민 충북도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동의하지만 공개행사는 곤란하다는 답변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라면서 "워라밸 운동은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타 시도 선례를 찾기 전에 충북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면 안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부산시, 전북도 사례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 중소기업 같은 부정적인 거부사유만 내세우고 있다. 5년만에 단체교섭에 성공한 상황에서 상징적인 '워라밸 서약식' 행사마저 거부하는 것은 앞뒤 모순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도의원 A씨는 "8전8승 선거불패 기록을 가진 3선 이 지사가 자칫 '무오류의 과신'에 빠진 게 아닌 지 우려스럽다"라면서 "직원노조와 워라밸 서약식 행사를 갖는다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사람은 지사 자신이다. 더군다나 노동존중 문화를 이끌기 위해 민간보다 공공부문이 앞장 서는 것이 당연하다. 오랜 관료생활로 몸에 밴 공무원조직 고정관념 때문에 기피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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