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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흥의 산부인과에서 통역사로 일하는 다문화가족 3인방. 왼쪽부터 이예진, 마미정, 장다이아 씨
 시흥의 산부인과에서 통역사로 일하는 다문화가족 3인방. 왼쪽부터 이예진, 마미정, 장다이아 씨
ⓒ 송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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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은 결혼한 부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다문화가족에게도 물론 그렇다. 하지만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이주여성 산모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의사에게 설명하고 또 설명을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병원에서는 영양제를 맞으러 온 다문화가족 산모가 낙태를 당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의료진과 다문화가족 산모 사이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경기도 시흥시의 한 산부인과는 중국 출신 통역사 1명과 베트남 출신 통역사 2명 등 3명의 다문화가족 통역사를 두고 있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산부인과다. 그만큼 다문화가족 산모가 산부인과에 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양한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10월 22일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3명의 통역사를 만났다.

- 자기소개를 해달라. 
마미정 "32살이고 중국에서 2007년 학교를 다니기 위해 처음 한국에 왔다가 남편을 만나 2010년에 결혼했다. 자녀는 두 명이다. 산부인과에서 2년 근무했다."

이예진 "36살이고 베트남에서 왔다. 2002년에 결혼해서 한국에 왔다. 자녀는 두 명이다. 산부인과에서 6년 근무했다."

장다이아 "32살이고 베트남에서 왔다. 2014년에 결혼해서 한국에 왔다. 자녀는 아직 없다. 병원에서 4년 근무했다."

- 모두 한국어를 잘하는데 어떻게 배웠는지 말해달라. 산부인과에서 일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마미정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3~4년 한국어를 배웠다. 읽고 쓰기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흥시보건소에서 외국인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일을 한 적이 있다."

이예진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같은 시설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어는 가족끼리 대화하면서 배웠다. 읽고 쓰기는 시어머니를 따라 교회를 다녔는데 성경책 쓰기를 일찍부터 했다. 지금도 하고 있다. 그래서 한글을 읽고 쓰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다. 통번역 교육과정을 이수했고 시흥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1~2년 통번역 상담원으로 일했다. 시흥여성새일센터와 같은 곳에서 사무직 교육을 받은 적도 있다."

장다이아 "처음에는 혼자 공부했다. 살면서 이곳저곳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다. 대학에서 통번역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하지만 한글 읽고 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산부인과에 오기 전 무역회사에 들어가 통역을 한 적이 있고 경찰서에서도 통역을 했다. 한국어를 원래 잘했다. 한국어가 어렵다기 보다 한국 문화를 몰라 어려웠던 것 같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 한국어를 잘해야 하고 의료분야 전문용어도 많이 알아야 할텐데 산부인과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마미정 "이 산부인과에 의사는 6명 있고 외래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우리까지 포함해 11명이다. 병동과 조리원, 소아과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별도다. 외래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우리 다문화가족 통역사들이 하는 일이 거의 같다."

이예진 "다만 간호사 자격이 없기 때문에 주사를 놓는다거나 하는 의료행위는 하지 못한다. 그 외의 일은 대부분 동일하지만 다문화가족 산모가 오면 등록부터 진료와 분만 전후 통역 등 모든 과정을 산모와 함께 한다."

- 처음 산부인과에서 적응하는 것은 어땠나? 어렵지 않았나?
마미정 "처음에는 힘들어서 울기도 한 것 같다. 낯선 의료용어 등 공부할 일이 무척 많다. 공부하는 것 자체는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다시 찾아봐야 할 의료용어들을 따로 메모해 두었다가 공부를 한다. 예를 들어 오늘은 '뇌성마비'라는 단어를 적어두었다. 뇌성마비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중국어로 정확하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기억이 안났다. 그래서 일단 알아들을 수 있게 돌려서 설명한 뒤 따로 찾아보고 또 필요하다면 별도로 설명한다."

이예진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의사소통이 잘 돼서 아주 즐겁게 일하고 있다."

장다이아 "나 같은 경우는 한국에 온 지 1년 밖에 안 된 상황에서 병원에 입사했다. 말을 알아듣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은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지금은 잘 하기 때문에 내 직장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다."

- 산부인과 근무하면서 어렵거나 곤란한 일이 있다면?
이예진 "간혹 자신이 통역사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경우 우리가 통역해 주는 것에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것 같다. 그럴 때 자존심이 상한다."

마미정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통역을 하며 중간역할을 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어떤 분은 친구를 데려와 내가 통역하는 것을 듣게 한 뒤 '잘하는 사람'이라는 답을 듣고서야 안심을 하더라. "

- 산부인과에서 일하며 보람을 느낄 때는?
이예진 "'통역 잘 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 아주 기분이 좋다. 큰 보람을 느낀다."

마미정 "아기를 낳거나 아픈 곳이 있어서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정말 절박한 상황에 있는 것이다. 내가 통역을 잘 해서 환자가 문제 없이 아기를 낳고 또 아픈 곳도 치료가 됐을 때 그 환자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 다문화가족 산모가 통역사가 있는 산부인과에 오면 어떤 점이 좋은 것인가?
마미정 "당연히 우리 같은 통역사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통역사가 없다면 환자는 무슨 진료를 받는지 모를 것이다. 특히 산부인과에서는 산모가 많은 검사를 받는데 왜 받는지 모를 것이고 또 비용이 건강보험으로 해결되는지 자기 부담인지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검사 결과가 나와도 어떻게 나왔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래서 시흥 넓게는 경기도 그리고 대구 같은 곳에서도 찾아온다."

이예진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다. 환자가 끝까지 알아들을 때까지 설명하고 알아들었는지 확인한다. 어느 곳에 가면 못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고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산부인과에서는 그렇지 않다. 한국 사람이나 다문화가족이나 똑같이 대우한다."

장다이아 "다문화가족 환자가 병원에 오면 접수부터 진료, 수납 그리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 통역사가 함께 다니면서 도와준다. 한국어를 못하는데 병원에 처음 오는 환자들한테는 이런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겠나."

- 세 분처럼 병원에서 근무하고 싶은 다문화가족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이예진 "의료 쪽 일을 하고 싶다면 큰 꿈을 꾸고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간호조무사 같은 자격증을 따서 준비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자격증이 있으면 좀 더 당당하게 일 할 수 있다."

마미정 "그렇다. 한국에서는 자격증이 중요한 것 같다. 그것이 토픽자격증이라도 중요하다. 아이 키우면서 한국어 열심히 배우면 언젠가 기회는 온다."

장다이아 "공부하지 않고 돈부터 벌겠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먼저 공부를 해야 미래가 있는 것이다. 먼저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라고 말해주고 싶다. 기회는 온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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