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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절벽은 <삼국지>의 제갈공명이 수십 만 위나라 병사들과 맞섰다는 적벽(赤壁)과 닮았고, 울울창창 늙은 소나무 군락은 조선 선비의 지조를 보여주듯 푸르게 꼿꼿했다. 경상북도 상주시 경천대(擎天臺)와 마주선 첫 느낌이었다.

이곳 경치에 매료된 옛 문인들은 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무우정(舞雩亭)에 올라 "경천대야말로 낙동 제1경"이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3분쯤 걸으면 바로 그 무우정과 만날 수 있다. 푸른 솔숲이 호위하듯 들어선 이곳은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 끌려간 소현세자를 수행한 우담 채득기(1605~1646)가 은거하며 책을 읽던 장소.
  
낙동강 최고의 절경 경천대와 경천섬
 
 경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풍경.
 경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풍경.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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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벌면 경천로 낙동강변에 자리한 경천대 주위엔 볼거리가 적지 않다. 8.5m 높이에서 굵은 물줄기가 시원스레 떨어지는 인공폭포와 TV 드라마 <상도>가 촬영됐던 세트장에는 어린애들의 손을 잡은 젊은 부부 관광객이 적지 않았다. 전투 체험이 가능한 '밀리터리 테마파크'도 인기가 좋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경천대에 왔으니 무지산(159m) 꼭대기에 들어선 전망대를 빼놓을 수 없다. 그곳에서 만난 70대 노인은 "여태껏 내가 본 강(江) 풍경 중 최고"라며 엄지를 세웠다. 나 역시 고개 끄덕여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상주시 관계자는 "야영장, 출렁다리, 어린이 놀이시설, 수영장, 눈썰매장 등도 갖추고 있어 가족 모두가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고 경천대를 설명한다.

도시의 소음이 사라진 적요한 가을날 오후. 무우정 뒤편 소나무 그늘을 지나 경천대에 올랐다. 울퉁불퉁한 바위를 조심스레 딛고 섰다. 펼쳐진 풍광이 저절로 한 편의 시를 불렀다. 권준호 시인의 '수향별곡'을 떠올린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날이었다.

가을빛 저녁 강 노을 속으로
물새 한 마리 스며들었네
홀로 강을 건넌 내 사랑처럼
숨어버렸네…(후략)

 
 상주의 새로운 관광지가 될 경천섬.
 상주의 새로운 관광지가 될 경천섬.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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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주는 경천섬을 관광지로 바꾸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낙동강 물의 흐름에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삼각주인 경천섬은 남이섬의 1/2 크기.

원래는 인근 농민들이 감자와 무 등을 재배하던 곳이었는데, 여기에 다리를 놓고 꽃밭과 산책로를 깔끔하게 조성했다. 경천섬과 회상나루 관광지가 연결된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상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생겼으니 내년엔 관광객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상 모든 생물과 만나는 낙동강생물자원관

엄마의 치마 끝을 붙잡고 종종거리던 네댓 살 꼬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로 눈앞에서 살아있는 듯 생생한 호랑이가 사슴을 쫓아 달리고, 이빨이 주먹만한 상어가 자기 머리 위에 나타났기 때문.
 
 낙동강생물자원관에 전시된 바다 생물 표본.
 낙동강생물자원관에 전시된 바다 생물 표본.
ⓒ 홍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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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도남동 낙동강생물자원관에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평소엔 그림책이나 아동용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던 온갖 날짐승과 길짐승, 희귀한 꽃과 풀, 곤충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얼굴이 웃음으로 환했다.

생물자원관 전시실과 로비엔 커다란 백상아리와 새하얀 북극곰, 등껍질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대모거북과 '낙동강의 귀한 손님'으로 불리는 재두루미가 각기 제 모습을 뽐내며 어린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미래 생물주권의 확보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여기에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공간으로도 역할한다"는 것이 생물자원관 측의 부연이다.

야외 공간엔 옥외풍경원과 전시 온실, '계절의 화원'과 '생명의 샘' 등을 조성해 정원을 산책하듯 자연스러운 관람을 유도하고, 철마다 피는 아름다운 꽃을 아이들과 만나게 해주고 있다.

생물자원관은 놀이와 학습을 효과적으로 결합시킨 각종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방문자들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들의 놀라운 능력과 사라질지도 모를 생물들의 보존 필요성을 배운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니만치 부모가 미리 관람 예절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전시된 생물 표본을 만져서는 안 되고, 계단이 많아 뛰어다니면 위험하다. 사진을 찍는 것은 좋지만 플래시를 터뜨리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니 조심해야 한다.

2015년 7월 개관한 낙동강생물자원관의 방문객은 지난달 100만 명을 넘어섰다. 한 해 평균 25만 명이 찾는다는 이야기다. 적지 않은 숫자다.
  
자전거에 대한 궁금증 풀어줄 상주자전거박물관

높이가 족히 4m는 돼 보이는 자전거, 단단한 쇠를 꽈배기처럼 꼬아 만든 자전거, 몸체와 바퀴를 나무로 만든 자전거…. 세상에 존재하는 희귀한 자전거를 모두 모아놓은 것처럼 보였다.
 
 상주자전거박물관엔 톡특한 모양의 자전거가 많이 전시돼 있다.
 상주자전거박물관엔 톡특한 모양의 자전거가 많이 전시돼 있다.
ⓒ 홍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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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용마로에 위치한 자전거박물관은 '자전거 마니아'가 아닌 보통 사람들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공간이다. 내부엔 자전거에 얽힌 유래와 역사, 각종 에피소드가 재밌는 소설처럼 펼쳐져 있다.

1940년대 중반에 일본에서 만든 자전거는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자그마치 쌀 한 가마 가격에 팔렸다고 한다. "자전거는 부의 상징"이란 말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던 시대가 불과 40~50년 전이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드물고, 대부분 평지로 이뤄진 상주는 오래 전부터 '자전거의 도시'로 불렸다. 자전거의 도시에 자전거박물관이 들어선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 아니었을까?

일제강점기. 쟁쟁한 일본 선수들을 꺾으며 '조선 자전거의 황제'로 대접받았던 엄복동(1892~1951)의 경주용 자전거 복제품도 상주자전거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없고, 바퀴의 일부가 나무로 만들어졌다.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엔 이외에도 초창기 자전거부터 외국의 자전거까지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이 방문객을 반긴다. 바퀴 폭이 1m를 넘는 우스꽝스러운 것도 있다.

4D영상관에선 자전거를 탄 듯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역동적인 화면에 푹 빠진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귀여운 조형물이 가득한 포토존도 마련돼 가족들끼리 추억을 남기기에도 좋다.

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상주자전거박물관에선 자전거를 빌릴 수 있고, 안전 점검까지 가능하다. 자신의 체형과 체력에 꼭 맞는 자전거에 올라 시원스레 뻗은 낙동강 주변 도로를 달려보는 것도 '건강하고 행복한 여행'의 한 방법이 아닐까.
  
상주 유림들의 자존심 도남서원
 
 상주 도남서원.
 상주 도남서원.
ⓒ 경북매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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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지긋한 관광객들은 경천대와 상주자전거박물관을 돌아본 후 당연한 순서처럼 도남서원을 향하게 된다. 상주의 유림들은 이곳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선조 39년(1606년)에 세워진 도남서원은 숙종 때 사액서원(賜額書院·왕이 이름을 써 편액을 내린 사원)이 됐다.

1871년엔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의해 헐렸으나, 1992년 상주 유림들이 뜻을 모아 복원을 시작했다. 2002년 '유교문화 관광개발사업'으로 옛 모습을 찾은 도남서원엔 정몽주, 이황 등 9명의 선현이 배향돼 있다고 한다.

주위는 강을 따라 서원을 바라보며 산책하기에 좋다. 지척에서 수백 년을 유유히 흘러온 강물은 도남서원이 간직한 온갖 사연과 충절로 일생을 살아낸 선비들의 삶을 지켜봤을 것이지만,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한마디 말이 없었다.

도남서원 일대를 둘러보고도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여행자라면 인근 '회상나루 관광지'를 찾아가보면 어떨까? 그곳엔 주막촌, 객주촌, 낙동강문학관 등이 자리했다. 잊고 살았던 조선시대의 풍류를 잠시나마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 게재된 것을 일부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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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등의 저자. 경북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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