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남산교회의 네 분 독립지사 부조와 그 아래의 설명
 남산교회의 네 분 독립지사 부조와 그 아래의 설명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상임대표 배한동)가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다섯 차례 실시하는 '대구 시민 독립운동유적 답사 프로그램'의 세 번째 답사가 지난 11월 30일 실시되었다. 

이날 답사에는 일본 대판 한인 학생들의 항일 운동을 주도했던 정규식 지사의 정정자 유족, 대구농림학교 학생 의거를 일으켰던 채실건 지사의 박노미 유족, 전남 해남군 화산면의 1920년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여맹조 지사의 양순자 유족 등 시민 3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 시민들은 동화사 학승들이 1919년 3월 30일의 덕산정 시장(대략 관덕정 일대) 만세 시위를 준비했던 보현사, 같은 해 3월 8일 대구 만세 시위를 주도한 김태련 등 많은 독립지사를 배출한 남산교회, 의열단 부단장 이종암 지사 고택, 복명학교를 세워 한때 민족교육의 열망을 불태웠던 김울산 여사 흉상, 임진왜란과 관련되는 팔조령과 녹동서원 등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1919년 3월 대구만세운동의 주역이었던 남산교회
 1919년 3월 대구만세운동의 주역이었던 남산교회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방문하지 못한 '이육사 고택'

답사 예정지에는 본래 이육사 고택도 포함되어 있었다. 안동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이육사는 17세부터 34세까지 대구에서 살았다. 주소지를 대구에 둔 기간은 17년으로, 옥중 생활과 유학 시기를 제외하면 10년 세월을 남산동 고택에서 거주했다.

하지만 이육사가 살았던 집은 지난 해 여름 사라졌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을 앞두고 철거되었던 것이다. 그 탓에 11월 30일 이육사 고택을 답사하려 했던 시민들은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육사 고택이 사라진 남산동 일대는 높은 철책으로 가로막혀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2018년 10월 13일에 촬영한 대구 남산동의 이육사 고택의 반파된 모습. 집은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사라졌다.
 2018년 10월 13일에 촬영한 대구 남산동의 이육사 고택의 반파된 모습. 집은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사라졌다.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답사자들은 '독립투사 민족시인 이육사 기념사업회' 사무처장 고경하 시인으로부터 고택터 보존 전망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육사 고택은 여러 차례 수리가 되면서 원형을 아주 잃어버렸기 때문에 결국 철거 운명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대구시에는 이육사 기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위원회가 꾸려져 있습니다. 아직 기념관을 건립할 것인지 고택을 지을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대지의 평수와 완공 연도는 확정되었습니다. 다행한 일입니다."

대구에 남아 있는 이육사 관련 유적들

대구에는 집터 외에도 이육사와 관련되는 유적이 몇 곳 더 있다. 수많은 독립지사들이 일제에 의해 고문 당하고 순국했던 대구형무소 터도 이육사 유적이다. 이육사는 장진홍 지사의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사건과 관련하여 대구형무소에 투옥되었다. 당시 대구형무소 사형장 자리에는 삼덕교회 60주년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장진홍 의거지인 조선은행 대구지점 자리도 이육사 유적이다. 중앙로에서 경상감영공원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남아 있던 조선은행 대구지점 건물은 없어졌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대형 건물이 들어설 예정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시민들은 그곳에 독립운동 유적임을 알리는 상징물이 세워지기를 바라고 있다.   
 
 동화사 학승들의 1919년 3월 30일 만세 시위를 기리는 벽화가 게시되어 있는 보현사 외벽을 바라보고 있는 답사자들
 동화사 학승들의 1919년 3월 30일 만세 시위를 기리는 벽화가 게시되어 있는 보현사 외벽을 바라보고 있는 답사자들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30일 답사에서 참가자들이 가장 먼저 둘러본 보현사는 본래 동화사의 포교당이었다. 팔공산 입구 백안동 장터에서 독립운동을 벌이기로 계획했던 동화사의 젊은 승려들은 군중이 많은 곳에서 거의하기로 생각을 바꾸었고, 보현사로 와서 만세시위 준비를 했다. 윤학조 등 10명의 학승들은 모두 체포되어 대구형무소에서 고문을 당하고, 10개월씩 실형을 살았다. 보현사 외벽에는 학승들이 태극기를 휘두르는 모습이 벽화로 새겨져 있다.  

1919년 대구 만세 운동을 주도했던 남산교회

두 번째 답사지 남산교회는 계성학교와 함께 1919년 대구 만세 시위를 주도했던 '독립운동의 성지'다. 이곳에서는 네 분 독립지사의 부조와 '광복의 종'을 보는 것이 핵심이다. 부조에는 왼쪽부터 백남채 장로(당시 계성학교 교사), 김태련 장로, 김용해 집사(김태련 장로의 아들), 이만집 목사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김용해 집사는 일제에 체포되어 고문을 당한 끝에 대구 최초로 순국했다.

'광복의 종'은 1945년 8월 19일 종소리를 대구 시내에 울렸던 종이다. 1938년 이래 일제는 교회의 타종을 금지했고, 1942년 태평양전쟁을 앞두고는 쇠붙이를 공출하면서 교회의 종들도 모두 수거했다. 이때 남산교회 이문주 목사는 종을 땅속에 파묻어 숨기고 시장에서 구입한 다른 종으로 공출 금액을 댔다. 그래서 해방 이후에 맑은 종소리를 대구의 하늘에 퍼뜨릴 수 있었던 것이다. 

임진왜란을 겪고도 '정신 못 차린' 조선 지도부

이날 답사 참가자들은 의열단 부단장 이종암 고택, 복명학교를 건립하여 민족교육 진흥에 일조했던 김울산 흉상(동부교육청 내), 대구·경북의 경계인 팔조령, 달성군 가창의 녹동서원도 둘러보았다. 팔조령과 녹동서원 두 곳은 독립운동 유적이 아니라 임진왜란 유적이지만, 1592년의 왜란을 겪고도 나라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결국 1910년 국망의 치욕을 당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찾을 만한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은 팔조령을 넘어 대구로 쳐들어 왔다. 흔히 경산에서 대구로 진입한 것으로 추측하기 쉽지만 그 추측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조선 시대에 부산에서 한양으로 가는 영남대로는 팔조령을 거쳤고, 그래서 일본군도 팔조령을 넘었던 것이다.
 
 임진왜란 발발 당시 일본군 장수로 현해탄을 건너와 바로 조선군 장수가 되어 도리어 일본군과 싸운 사야가(김충선)를 기려 건립된 한일우호관에서 차 마시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답사자들
 임진왜란 발발 당시 일본군 장수로 현해탄을 건너와 바로 조선군 장수가 되어 도리어 일본군과 싸운 사야가(김충선)를 기려 건립된 한일우호관에서 차 마시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답사자들
ⓒ 정만진

관련사진보기

 
대구 시내에서 팔조령까지 가기 조금 전에 가창면 우록리로 들어가는 도로가 오른쪽에 나 있다. 그 길을 들어서면 이내 녹동서원에 닿는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 장수로 현해탄을 건넜다가 부산에 당도한 길로 바로 조선에 귀화하여 오히려 일본군과 싸운 사야가(우리나라 이름 김충선) 관련 유적이다.

사야가는 부산 상륙 즉시 일본의 명분없는 전쟁에 반대했고, 조선의 교육과 문화를 흠모한 나머지 조선에서 살고 싶다는 '효유서(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런 점에서 김충선은 '평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두 차례 더 남은 '대구시민 독립운동유적 답사 프로그램'

지금까지 세 차례 실시된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의 '대구시민 독립운동유적 답사 프로그램'은 앞으로 12월 7일과 14일에도 실시된다. 7일에는 대한광복회 창립지와 두류공원 인물동산 등을 찾고, 14일에는 광복군 군가를 작사·작곡한 이두산과 명성왕후 시해 이후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문석봉의 생가터, 그리고 이상정·이상화 형제의 묘소 등을 답사할 계획이다.

계승사업회 배한동 상임대표는 "두류공원 인물동산에서는 대한광복회 지휘장 우재룡 지사와 만주에서 맹활약한 박희광 지사의 유족들이 직접 선조의 흉상 앞에서 해설을 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독립운동유적 시민 답사가 성황리에 진행되었는데, 앞으로 남은 두 차례 답사에도 많은 참여가 있기를 기대한다. 독립운동 유적지 답사 참가는 애국지사들에 대한 우리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향후 답사 계획

12월 7일 : 이종암 고택, 대한광복회 창립지, 조양회관 터, 이종암 군자금 모금지, 인물동산
12월 14일 : 이두산 생가터, 문석봉 생가터, 문영박 유적, 이상정 이상화 묘소, 정학이 동상
(아래는 이미 실시한 답사)
11월 16일 : 신암선열공원, 봉무동 일제 군사 동굴, 향산 일제 군사 동굴, 최종응 고택
11월 23일 : 수성못 상화 동산, 수기임태랑 묘, 서상돈 묘소, 강제 위안부 유적, 조양회관
11월 30일 : 보현사(동화사 학승 유적), 남산교회, 김울산 흉상, 팔조령, 녹동서원, 한일우호관
*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반월당 적십자병원 앞에서 출발, 6시 이전 출발지로 귀환
* 참가비 없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 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등 독립운동 관련 도서를 한 권씩 증정
* 문의 : 버스로 이동하는 답사는 참가자 접수가 마감되었습니다. 자가용을 이용하여
참가하실 분은 12월 7일 경우) 오후 2시 달성공원 내 '서침 나무' 앞(코끼리 집 옆), 4시 두류공원 인물동산으로 오시면 됩니다. 0105151969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장편소설 <소설 의열단><소설 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