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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
ⓒ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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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의 군 면제가 무산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지난 11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4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계획'을 심의 확정했다.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기존보다 병역특례의 기준이 높아졌다.

한편,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금처럼 징병제로 군대를 운영한다면 인원 문제가 생길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예강군특별위원회(정예강군특위)를 지난 11월 25일 설치했다. 정예강군특위에서는 모병제 전환 등 징병제도 변화 요구에 따른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군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군대 문제가 논의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얘기가 있다. "왜 여자는 군대에 안 가?" 관련 기사 댓글 창은 삽시간에 엉망이 된다. 군대와 여성, 이제 세상 밖으로 꺼내야 할 이야기이다.

이 싸움의 끝은 어딜까 고민하던 중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는 책을 발견했다. 도발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냈으니 작가가 정치인 혹은 방송인일 거라는 예상이 빗나갔다. 지난 11월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주하림 작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징병'이란 단어보다 '평등'이란 말을 더 많이 사용했다.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인정하는 누구든 페미니스트이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말이다. 주하림 작가는 이 말에 용기를 얻어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는 책을 썼다고 했다. 주 작가는 대학 졸업 후 공군에 입대했다.

"솔직히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명감 같은 건 면접용 답변이었죠. 그저 특별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커서 군대에 갔던 것 같아요."

입대한 계기를 묻는 말에 주 작가가 멋쩍게 웃으며 답했다. 여성 징병제에 대한 생각도 오히려 제대하고 사회생활을 한 후부터라고 한다.

"제가 책을 쓴 큰 뜻은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거예요."

차이를 인정하되 특수성도 함께 인정해야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는 2017년 출간됐다. 강남에서 일어난 여성 혐오 살인 사건,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인기몰이 등 페미니즘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때였다. 여성들이 권리를 외치기 시작하던 때, 일부 남성들은 여성들이 군대부터 갔다 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즈음, 주변 남자들이 주 작가에게도 묻기 시작했다.

"남자만 군대에 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너도 다녀왔잖아."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여성 징병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주 작가가 여성 징병제를 등가 교환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니다.

"물론 이 문제가 공론화된다면 지금 여성들이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이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더 올라올 거예요. 하지만 군대에 가는 조건으로 동일 임금, 국회 의석 수 확대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그 문제는 여성들이 군대에 가기 때문에 해결해줘야 할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해결돼야 할 문제'로 보기 때문이에요."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가 있으니 여군은 행정 분야나 비전투 병과에서 복무하면 되지 않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주 작가는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여러 신체적 조건들에 차이가 있어서 최일선에 다수의 여성이 가긴 어렵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문제다.

남성과 여성을 동일 선상에 놓고 함께 경쟁해 더 적합한 사람이 하는 게 맞다. 보편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더 달리기가 느리다. 하지만 남성만큼 혹은 남성보다 잘 뛰는 여성도 분명 있다. 그러니 이곳은 남자만 가야 할 곳 이렇게 제한을 두진 말자는 것이다. 주 작가는 효율을 위해 차이를 인정하되, 특수성도 함께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 작가의 책과 그녀의 블로그 글들을 읽다 보면, 군내에서 체력적으로 아주 힘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응급실에도 자주 실려 갔고, 결국 각종 병을 얻어 회복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도 신체적인 고통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되려 그런 고통은 살면서 도움이 됐고 한 번쯤은 겪어 볼 만하다고까지 했다. 왜냐하면, 여군으로서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심한 탓이다. 그런데도 주 작가는 여성들이 군대에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혹자는 군대가 남성들로 인해 생겼는데 왜 여성이 그 책임을 져야 하냐고 묻는다. 주 작가는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누가 가장 피해를 보는지 되려 묻고 싶다고 한다. 어린이와 여성이다. 남성이 만든 문화라고 해서 그들이 책임지고 그들끼리만 싸우라는 건 이상적인 이야기다. 전시 상황에서 여성들은 성노예로 끌려가고 가장 피해를 본다. 자기 공동체를 지키고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여성들 역시 국방의 의무를 분담해야 한다는 게 주 작가의 생각이다.

우리가 먼저 행동해 보자
 
 주하림 작가
 주하림 작가
ⓒ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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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림 작가는 중학생 시절 학교 최초 여성 학생회장이 됐을 때도, 대학교 시절 학보사 편집국장을 했을 때도 여성이라서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여성이 무엇인가를 하게 되면 특수성을 너무 많이 띄어요. 그래서 전 항상 제가 할 수 있는 정도에서 더 노력하려고 하죠. 남자들하고 똑같아져야 한다는 생각보단, 그래도 내가 더 잘하면 내 밑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해요.

제 위 선배들도 그랬어요. 사실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데 어떤 뛰어난 리더 한 명이 나와서 '제가 세상을 평등하게 할게요'라고 주장한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 같은 갑과 을들의 노력이 다 번졌을 때 세상은 조금씩 변화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성 징병제도 이런 생각의 일환이다. 성평등을 누가 시켜줄 때까지 기다리기보단 우리가 먼저 행동해 보자는 거다. 주 작가는 책을 낼 때와 다르게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고 한다.

"사실 처음 책을 쓸 때 들었던 생각은 '군대만 가면 다 똑같아져? 그래, 그럼 군대에 가면 되지!'였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나는 신체 건강하고 먹고살기 괜찮으니까 이런 소리도 할 수 있지만, 당장 하루하루 사는 게 힘든 사람들에게는 나의 주장이 또 하나의 짐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군대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큰 숙제이다. 가정과 사회 도처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 가야 할 길 역시 멀고 험하다. 어쩌면 주 작가는 여성 징병제를 '소재'로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나는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

주하림 (지은이), 돋을새김(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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