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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세상을 바꾸는 엄마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태호 엄마 이소현,  민식 엄마 박초희, 하준 엄마 고유미, 해인 엄마 고은미.
 <오마이뉴스>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세상을 바꾸는 엄마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태호 엄마 이소현, 민식 엄마 박초희, 하준 엄마 고유미, 해인 엄마 고은미.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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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긴 시간 외롭게, 그리고 함께 싸웠다. 2016년 4월 해인이가 경기도 용인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응급처치가 늦어 세상을 떠난 뒤부터, 2017년 10월 하준이가 서울랜드 동문주차장에서 경사로에 굴러 내려온 차량에 영문도 모른 채 치인 뒤부터, 2019년 5월 태호·유찬이가 인천 송도신도시의 한 사설 축구클럽 노란색 승합차에 탄 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뒤부터, 2019년 9월 민식이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사고를 당한 뒤부터.

해인이, 하준이, 태호·유찬이, 민식이는 특별한 상황에서 사고를 당한 게 아니다. 아이들이 늘상 가는 어린이집 근처에서,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축구클럽 하원길 위에서, 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생명을 잃었다. 엄마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지켜져야 할 환경에서 난 사고"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사회는 오랫동안 이 아이들의 이름이 별칭으로 붙은 어린이생명안전 관련 법안들을 주목하지 않았다. 올해 후반부까지 이를 다룬 언론은 적었다.

"사실 아이에 대한 애도의 시간조차 없었어요. 경찰서, 시청, 구청을 아무리 뛰어다녀도 각자 서로 떠넘기기에 바쁘더라고요." - 해인이 엄마 고은미씨
"언론을 생각하면 참 속이 상해요. 하지만 당사자인 우리의 말을 들어주는 곳은 또 언론밖에 없었어요. 인터뷰 섭외가 들어오면 무조건 했어요. 우리가 카메라 앞에 서지 않으면 정부나 국회는 들어주지 않으니까요. 지자체 등에 아무리 편지를 써도... 결국 제 아이의 일은 민원 서류 한 장에 불과해져버렸죠." - 하준이 엄마 고유미씨


각자의 터전에서 싸우던 엄마들의 손을 서로 맞잡게 한 매개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었다. 어린이 안전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죽음, 그 공통점을 깨달은 엄마아빠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됐고 어깨를 마주 걸었다. 태호 엄마 이소현씨는 말한다. "태호·유찬이 사고가 났을 때는 언론 인터뷰만 하면 눈물만 흘렸는데, 이제는 투사가 됐어요"라고 "누구든지 죽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는 더 강해졌어요"라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 10일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신호등·과속 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고, 하준이법은 '경사가 있는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과 안내표지 등을 설치하는 것'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첫 결실이었다.

끝나지 않은 싸움
 
 하준·태호·유찬·민식이 부모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하준·태호·유찬·민식이 부모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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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이 통과된 이후, 특히 민식이네 가족은 '가짜뉴스'와 싸우고 있다. 한 보수 유튜버는 '형량 과중, 운전자 독박' 등 논리를 펴며 왜곡된 정보를 퍼트리고 있다. 민식이 엄마 박초희씨는 "민식이법은 악법이다, 민식이법 철회는 가능한가, 민식이 부모법은 없나 등의 게시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오고 있어요"라면서 "법안이 통과돼 끝난 것 같지만 끝난 게 아니예요,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탄했다.

실제 민식이법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을 살펴보면,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사고가 났다고 무조건 높은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안전수칙을 위반해 12대 중과실에 포함될 경우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하준이 엄마 고유미씨는 "왜 본인이 범죄자가 될 가능성만 따지는지, 내 아이가 사각지대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꼬집었다.

아직 국회에는 3개의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이 잠자고 있다. '어린이 안전에 대한 주관 부처를 명확히 하고, 어린이 안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응급처치를 의무화하자'는 해인이법과 '어린이를 태우는 모든 차량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시키자'는 태호·유찬이법 그리고 '어린이통학버스 운영자가 버스에 영상기기 장착, 모니터로 자동차 내부·후방·측면 등을 확인하게 하자'는 한음이법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해인이법은 '어린이 안전에 대한 현행 법률이 여러 부처 소관으로 흩어져 있고, 중복규제-예산중복투입 등의 문제가 있어서'(행안위 전문위원 검토보고 내용),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통학버스 범위 확대시 시설 운영자의 부담 가중되기' 때문(11월 28일 행안위 법안소위 내용)이 공식적인 계류 사유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끝났지만, 엄마들은 임시회가 있기 때문에 법안 통과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가족이라고 해서 더 이상 웅크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나온 겁니다. 사회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거잖아요. 당연히 지켜져야 할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거잖아요. 남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더 안전해지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거예요. 지금 20대 국회가 기회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바꾸지 못하면 아이들은 어디선가 계속 희생당할 겁니다." - 태호 엄마 이소현씨

2020년에도 세상을 바꾸는 엄마들의 발걸음이 계속되는 이유다.
 
대통령에게 묻고 싶어요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 등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기 위해 아이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 군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국회는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을 발의했다.
▲ 대통령에게 묻고 싶어요 지난 11월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 등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기 위해 아이의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들은 어린이안전관련법안 통과를 위해서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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