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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살아가는 남성이 아닌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매거진 iiin(인)의 2016년 전권(재주상회 제공)
 매거진 iiin(인)의 2016년 전권(재주상회 제공)
ⓒ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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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iiin>. 제주도에 둥지를 둔 '콘텐츠그룹 재주상회'가 만드는 계간 잡지다. 매거진 <인iiin>이 세상에 나온 지도 5년이 넘었다. 한 번에 찍는 부수도 무려 1만 권. 일반적으로 신간 단행본이 2000부를 찍는다고 하면, 출판시장 불황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다.

창간 5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매거진 <인iiin> 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새로운 주제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역성을 잃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다. 지난 11월 말 매거진 <인iiin>을 만드는 재주상회의 최정순 편집장을 만났다.

할머니가 많이 나오는 제주 잡지   

- 매거진 <인iiin>, '인'이 무슨 뜻인가?  
"매거진 <인iiin>은 1년에 4회, 제주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는 계절지로 제주도 내 100여 곳의 카페, 상점, 숙소 및 전국 온ㆍ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인iiin> 은 "I'm in island now"의 약자이기도 하지만, 제주어를 담은 이름이기도 하다.

제주처럼 바람이 거센 지역에서는 말이 짧고 발음이 세다. "인"은 제주말로는 "있다"는 뜻을 담은 단어다. 제주의 젊은 세대들이 주로 '거기 인(거기에 있니)?' 하는 식으로 주로 쓴다. 제주어로 시를 쓰는 노 시인에게 물었더니, 원래 있던 제주어는 아니고 신조어처럼 요 근래에 만들어진 말이라더라. 즉, "제주가 이 안에 있다"는 뜻을 담아 만든 매거진이다."

- <인iiin> 테마는 어떤 식으로 잡나?
"잡지는 기본적으로 엉뚱해야 한다. 이런 것'도' 있어라고 말하는 거다. 하찮고 시시하고 지나칠 수 있는 걸 붙잡는다. 우리 책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렇게 할머니가 많이 나오는 잡지가 없다. (웃음) 가끔 보면 제주도에 할머니밖에 없는 줄 알까봐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 지역성을 잃지 않는 것 같다.
"지역 잡지니까 지역성을 잃지 않는다. 재주상회가 커지면서 제주에서 해야 할 역할도 점점 커진다. 얼마 전에 제주에 광어가 많이 잡혔다. 그럼 가격이 떨어지지 않나. 제주 광어 가격을 유지해야 해서 수협에서 광어를 사서 폐기하고 그랬다. 그러자 대표님이 겨울호 부록에 제주 광어 요리 미니북을 넣자고 하더라. 그래서 지금 그걸 준비한다. 이런 경우에는 우리가 광고비를 받는 게 아니다.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거다."

- '할망에게 고라봅서' 코너가 인기던데,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할망에게 고라봅서가 인기가 많다. 제주 할머니들한테 상담하는 코너다. 예전에 신유림씨가 하는 카툰도 인기가 많았다. 신유림 작가도 참 이야기꾼이다."
 
 매거진 <인>의 2019 여름호(재주상회 제공).
 매거진 <인>의 2019 여름호(재주상회 제공).
ⓒ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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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거진 <인>의 2019 여름호(재주상회 제공).
 매거진 <인>의 2019 여름호(재주상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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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잡지가 계속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지금까지 총 24권을 만들었다. (한 번에 몇 부 찍나?) 공식적으로 만 권 만든다. 잡지가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 정체성이 제주도라는 게 제일 큰 것 같다. 제주도에 대해 내부자로서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제주도의 현재성을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신상 카페, 신상 가게 이런 걸 소개하는 것도 많고, 지금 사라지거나 명맥이 끊기는 어떤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 제주어 특집을 했을 때도 독자 호응이 많았었다. 제주어가 사라지고 있는데, 그런 걸 이슈화할 수 있는 것도 우리 잡지니까 할 수 있지 싶다. 또 제주다움에 대한 의지나 고집만큼 제주의 새로운 무언가에 대해서도 균형감 있게 담을 수 있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인정받은 게 아닐까."

- <인iiin>이 제주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꾼다고 느끼나?
"그런 것 같다. (언제 그렇게 느끼나) 제주에도 사람이 참 많이 내려왔지만, 서울이 아니어도 살 수 있다는 감각에 제주도가 기여한 건 있다고 생각한다. 미미하게 부산도 가고 강원도도 가고 그렇다. 서울이 아니여도 살아지네? 그런 예시가 생기는 것 같다."

재주상회의 시작이 된 고선영 대표뿐 아니라 최정순 편집장도 실은 제주 출신이 아니다. 재주상회의 13명 직원 중에서도 제주 사람보다는 이주민이 많다. 이들이 어쩌다 고향을 떠나 제주로 왔을까. 그리고 어쩌다 제주를 대표하는 잡지를 만들게 되었을까.

환상 없이 제주에서 산다는 것
 
 최정순 편집장
 최정순 편집장
ⓒ 최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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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영 대표나 최정순 편집장 모두 제주 출신이 아니다. 
"고선영 대표는 여행전문지에서 여행기자 생활을 오래 했다. 생활과 여행을 같이 할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생각하다가 제주에 왔다. 제주를 떠나지 않으면서 일을 계속 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잡지를 만들게 된 거다. 콘텐츠그룹 재주상회는 2013년에 설립되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 편집장님은 3년 전에 재주상회에 합류했다고 들었다.
"방송작가와 사보와 매거진 기자로 일했다. 재주상회 오기 바로 전에는 한 항공사 기내지를 만들었는데, 거의 매달 출장을 갔다. (해외 출장이라니 좋지 않았나) 결국, '일'이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가서 숙소에서 한숨 자고 좋은 컨디션으로 일을 시작할 것 같지만, 실상은 새벽 비행기를 타고 가서 바로 취재가 시작된다. 3년을 다녔더니 너무 힘들더라. 그때 재주상회에서 수석기자를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침 부모님과 너무 자주 싸워서 독립이 필요했다. 그렇게 내려온 지 3~4년이 되었다. 지금은 회사에서 제가 가장 장기근속한 사원이다."

- 제주에서의 삶은 어떤가?
"환상 없이 와서 잘 지내는 것 같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환상이 있어서 좀 힘든데, 나는 그런 게 없었다. (어떤 점을 힘들어 하나?) 서울에서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게 통용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는 카페가 문 닫는 시간이 6시라도, 6시 5분쯤 가면 특별히 해드린다고 한 잔 팔지 않나. 여기서는 1분만 늦어도 '기계 껐어요' 한다. 서울에서 그렇게 살아서 그러지 않으려고 여기를 선택한 사람들이 많으니 인정한다. 내 가게에서는 내 마음대로 좀 할게라는 게 통한다. 여유롭다."

- 제주에서 일하면 놀멍쉬멍할 것 같은데 재주상회는 어떤가.
"아니다. 빡빡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다 보니, 그 버릇 어디 안 간다. 그런 부분이 고민이긴 하다."

- 여기저기 놀러 다니면서 일해서 좋을 것 같다는 얘기도 들을 것 같다. 
"고민도 많다. 여기저기 좋은 곳을 소개하는 게 인증문화를 부추기는 것 같아서 불편할 때도 있다. 어디 가서 가만히 있어도 본인이 좋으면 의미가 있는 건데, '거기 갔으면 그 집 가서 그걸 먹어야지' 같은 규율이 만들어지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거 진짜 핫하다고 말은 하지만 또 거기 안 가면 어떤가."
 
 재주상회가 운영하는 문화공간 사계생활 모습
 재주상회 사무실에서 바라본 풍경. 멀리 산방산이 보인다.
ⓒ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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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에서 산방산도 보이고 바다도 가깝다. 일할 때 늘 기쁠 것 같다.  
"맞다. 지금도 아침에 출근할 때 왼쪽에 바다, 오른쪽에 한라산이 보이면 좋다. 내가 이렇게도 회사를 다닐 수가 있구나 싶다."

- 제주 와서 사니까 서울하고 어떤 게 많이 다르나.
"밤에는 확실히 단절이 된다. 서울에서 지하철, 버스는 다 12시까지 다니지 않나. 사계가 서귀포시 산방산 근처에 있는데, 여기서 집까지 가는 버스 막차가 9시 20분이다. 그 차가 끊기면 나갈 길이 없는 거다. 회사 사람들이 태워주지 않으면 집에 못 간다.

차만 끊기는 게 아니라 길에 아무도 다니는 사람이 없다. 해가 지면 집에 들어가서 밥 먹고 쉬고 밤엔 자고 이러는 것 같다. 서울에서 30년 넘게 밤낮없이 살았으니 그렇지 않은 삶을 경험할 수가 없지 않나. 밤에는 분리되는 삶을 사니까 건강해지는구나 싶다. (건강해졌나?) 건강해졌다. 마음에 더 여유가 더 생겼다. 서울에서는 택시 타고 집에 가면 되니까 새벽까지 일을 해도 되지 않나. 여기서는 너무 늦으면, 이러면 내일 일 못 하니까 빨리 가야겠다, 그런 마음가짐이 된다."

제주를 담은 제품을 팝니다
 
 재주상회가 펴낸 단행본 '제주카페'(재주상회 제공).
 재주상회가 펴낸 단행본 "제주카페"(재주상회 제공).
ⓒ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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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주상회가 펴낸 단행본 '제주카페'(재주상회 제공).
 재주상회가 펴낸 단행본 "제주카페"(재주상회 제공).
ⓒ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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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주상회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나?
"매거진 <인iiin> 발행을 시작으로 콘텐츠 제작 협업, 작가 에이전시, 전시와 공간 디자인, 브랜딩, 제주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굿즈 제작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주를 이야기하는 창작자들의 플랫폼이 되려고 한다. 매거진 <인(iiin)>을 만들면서 '사계생활'이라는 문화공간을 운영한다. 다양한 작가님들과 전시 협업을 하고 사계생활 안에서 인스토어샵도 운영한다. 제주를 좀더 심층적으로 다룬 '제주에서(書)' 단행본 라인도 만들었다."

- 사계생활을 소개하면.
"사계생활은 재주상회와 어반플레이가 함께 설립한 '로컬리지'라는 합작회사가 만든 공간이다. 원래 농협 건물이었는데, 농협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던 공간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 들어오게 되었다. 그래서 농협의 공간을 그대로 살렸다.

매거진 <인iiin>을 만들면서 느낀 한계 중 하나가 독자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또 제주의 지역 이야기를 담은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사계리 말고 다른 동네에도 이런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여기서 다양한 지역의 물품도 팔고 있다."

- 어떤 물건을 파나?
"우리 숍에는 의미가 있고 제품이 좋지만 유통이나 브랜드 가꾸기 어려워하시는 분들 제품이 많다. 그건 우리가 잘하는 부분이니까. 서로 협업하자고 했을 때 다 좋아하신다. 서로 작은 이익을 가져가는 거다. 오일장에 파는, 30년간 손수 귤바구니를 만들어서 장에 파는 귀한 물건을 매거진 취재를 위해 발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상품을 재주상회의 상품 담당(MD)이 구입해서 사계생활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때 상품과 이를 만든 장인의 이야기는 매거진 <인iiin>에 수록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에서 만들어진 상품과 장인에 대한 큐레이션이 매거진과 숍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다."
 
 재주상회가 운영하는 문화공간 사계생활 모습
 재주상회가 운영하는 문화공간 사계생활 모습
ⓒ 재주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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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iiin> 2019년 겨울호는 제주 전통주를 담았다. 술 좀 빚어본 김태자 어르신과 미국인 타일러 브라운의 오합주 회동부터 술 다끄는 질그릇 고소리, 제주 양조주 재료 도감 등 구수하고 알근한 제주의 술맛이 가득하다. 요즘 트렌드인 '경량 솔로 캠핑' 기사와 제주에서 핫한 패션 피플과 재생공간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제주에 광어가 많아지면서 매거진 <인iiin> 에서는 제주 광어 요리책을 만들어 겨울호 선물로 준다고 한다. 124페이지가 꽉 찬다.

제주는 움직이는 섬이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바다를 타고 다른 물고기가 오듯, 뭍에서 계속 사람들이 밀려들어온다. 제주 고유의 것들은 파고 또 파도 샘처럼 솟는다. 이렇게 역동적인 제주가 있는 한 매거진 <인iiin>이 담아낼 이야기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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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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