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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경건한 의식이 있다. 그 의식이 끝나야만 나는 비로소 한 해의 끝자락에 더 미련을 두지 않는다.
 
저무는 해의
가장 깊고 어두운 밤
촛불을 켜고
거친 세월의 한 토막과 작별하는
송년 시 낭송회
 
책읽는 사회문화재단과 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이 마련하는 송년 시 낭송회는 내가 한 해를 떠나보내는 마지막 의식이다.
  
 소프라노 오영주  아름다운 아리아를 들려주는 소프라노 오영주
▲ 소프라노 오영주  아름다운 아리아를 들려주는 소프라노 오영주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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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로 한 해를 떠나보내는데 이번 기획이 마음에 든다. 1부와 2부 모두 소프라노 오영주씨의 일반인에게 익숙한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의 아리아 'O Mio Bambind Caro'(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와 드라마 <베토멘 바이러스>로 익숙해진 'Nella Fantasua'(넬라 판타지아)로 시작의 문을 열었다.

동화, 동시, 시와 산문 낭송, 정호승 시인의 '부치지 않은 편지' 노래까지 낭송과 노래 순서를 맡은 이들의 이력과 연령대도 다양하다.

유안진 시인의 시집 <나는 내가 낳는다> 중 자화상을 낭송한 허석 석수 시니어 독서클럽 회원은 평균 연령 76세이고 자신이 막내라고 소개했다. 그는 유일하게 시를 모두 외워 낭송해 청자들의 큰 호응과 갈채를 받았다.
 
한 생애를 살다 보니
나는 나의 구름의 딸이요 바람의 연인이라
비와 이슬이 눈과 서리가 강물과 바닷물이
뉘기 아닌 나였음을 알아라

(중략)

삭아질수록 새우 젓갈 맛 나듯이
때 얼룩에 절수록 인생다워지듯이
산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때 묻히고 더럽혀지며
진실보다 허상에 더 감동하며
정직보다 죄업에 더 집착하며
어디론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라

-자화상 일부 / 유안진
 
 
낭송자들 나희덕, 이제무, 조원희, 김태희 씨가 낭송을 했다.
▲ 낭송자들 나희덕, 이제무, 조원희, 김태희 씨가 낭송을 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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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와 2부의 마무리는 나희덕 시인과 이제무 시인이 담당했다. 1부는 나희덕 시인이 <파일명 서정시>라는 자신의 시를 낭송했고, 2부는 이제무 시인이 자신의 시 '뒤적이다'와 산문 '설야'를 낭송했다.

학부모독서동아리네트워크 대표 변미아씨는 공광규 시인의 시집 <담장을 허물다> 중 '별 닦는 나무'를 낭송하며 아름다운 동심을 일깨웠다. 15년차 교사 충북 성화초등학교 조원희 선생은 <올챙이 발가락 2019년 겨울호>에 실린 2학년 양하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낭송해 청자들에게 웃음을 한보따리 선물했다.
 
크리스마스 선물 –부산알로이시오초 2힉년 양하준

선생님, 나는 이게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선생님이 그저께 방구 꼈잖아요? 색종이 오릴 때
가위질 하다가 딱 멈췄잖아요.
그때 난 다 봤어요.
근데 아무한테도 안 말했어요.
이건 비밀이에요.
내 혼자만 들었어요.
그니까 오래 돼도 안 말할게요.
 
사계절 출판사 김태희 편집장은 책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사람의 마음밭을 풍성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화두를 삼았다고 전하며 2011년 1월 20일 용산참사 2주기에 부쳐 심보선 시인이 지은 시 '거기 나지막한 돌 하나라도 있다면'을 낭송했다.
 
시낭송자들과 청자  시낭송회에 참가한 이들과 청자
▲ 시낭송자들과 청자  시낭송회에 참가한 이들과 청자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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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은 '시라는 것은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지 않은 것은 시가 아니고, 시대를 슬퍼하고 세속을 개탄하지 않은 것이라면 시가 아니라'고 했다. 저무는 해를 떠나보내며 시를 낭송하며 서로를 다독이는 것은 시가 지닌 시대정신과 의미를 잘 알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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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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