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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집회 현장. '내가 전광훈이다'라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4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의 집회 현장. "내가 전광훈이다"라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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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주최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4일 만에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이 집회 연사로 다시 나서 시선을 끌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70대 초반 여성 A씨는 "전광훈 목사님께서 구속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다"고 안도했다. 자신을 교회 장로로 소개한 한 60대 초반 남성 B씨도 전 목사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구속사유가 안 된다"면서 "10월 3일 나도 집회에 나왔기 때문에 잘 안다. 탈북자단체가 먼저 가서 대통령 면담한다고 싸워서 그렇게 된 거지 (목사님이 한 게 아니다)"라고 옹호했다.

성조기를 든 60대 후반 남성 교인 C씨도 "집회의 자유가 있는데 전 목사가 뭘 잘못했다고 구속시키겠나. 평화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건 탄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26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를 맡고 있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 10월 3일 개천절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2일 "구속의 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변함없는 막말

전 목사는 이날도 거침없는 막말과 억지 주장을 펼쳤다. 그는 "언론들이 제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모든 구석구석을 다 조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집 대문 앞에 CCTV 4대를 설치하고 저를 감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이 나의 편이다"이라고 발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도 이어갔다. 전 목사는 "끝장났다. 문재인 너 보고 있냐 지금. 전광훈 손에 붙잡혀 내려오는 게 낫지 어른들(원로 목사들) 손에 붙잡혀 내려올래. 이 O아" "문재인이 정신이 나갔다. 1월 1일에 동작동 국립묘지에 가서 사인을 하는데 치매기를 보였다. 날짜를 또 잘못 썼다. 저 O을 초등학교로 돌려보내야 한다" "고려 유적인 아차산에 갈 때 모택동 옷을 입고 갔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모택동 옷을 왜 입어. 김정은한테 잘 보이려고 저 짓을 한 거다" 등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같은 전 목사의 자극적인 발언에 광화문 교보빌딩 앞 편도 6개 차로를 가득 메운 보수단체 회원들과 전 목사를 지지하는 개신교인 등은 환호했다.

A씨는 "나라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서 나왔다. 우리나라가 사회주의가 되면 안 되지 않나. 문재인이 물러나야 된다고 생각해서 나온 거다"라며 "공수처법과 선거법이 통과됐을 때 눈물이 나면서 더 이상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편도 오늘 친구들과 따로 나왔다"면서 "내 주위엔 다 문재인 반대다. 집회에 못 나왔어도 다 하야를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B씨는 "안보는 생명과 같다. 그 다음이 경제다. 나라가 요즘 너무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는 "내가 10.26 사태, 5.18 때 계엄군으로 군생활을 했다. 당시에 군이 폭동에 대비해 서울시에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나왔다. 그때 북한과 전쟁 직전까지 갔었다"면서 "문재인은 9.19 군사합의를 해서 안보를 망쳤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하도 답답해서 나왔다"고 집회 참가 이유를 밝혔다.  
   
C씨는 "한달에 한두 번 나온다"면서 "문재인만 내려오면 오라고 해도 안 온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너알아TV'가 이날 집회를 생중계했다. 너알아TV는 28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한 여성이 "전 목사가 최근 창간한 <자유일보>를 보라"며 구독신청서를 손에 쥐여줬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가 지난 1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대표가 지난 1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퇴진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너알아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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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 이데올로기 강해 조금만 자극 줘도 극우로 "

전 목사는 원래 설교 잘하는 목사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대형교회 보수 목사들과 '기독당'을 창당해 세력을 키웠고 한기총 대표회장이 되면서 전면에 나섰다.

신자들은 왜 전 목사에게 열광할까. 한국 기독교가 태생적으로 보수 성향을 띠지만 이들 기독교 '극우파'는 수적으론 소수로 알려졌다. 과격한 언행을 일삼다 보니 외부에서 볼 때 기독교 극우세력이 기독교를 대표하는 양 비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소수지만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기존 정치권과 협력·공생관계를 이어왔다. 

"자유한국당과 국민 대신해 감사(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하나님이 전광훈 목사 사용해 승리(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같은 전 목사를 향한 정치인의 상찬은 '정치목사'로서의 전 목사와 이승만정권 때부터 이어져 온 정치와 종교의 뿌리깊은 동맹관계를 드러낸다.  

진보 성향의 교회 장로이자 변호사인 한 인사는 전광훈 목사와 같은 이가 영향력을 키우는 현상에 대해 "기독교 리더들이 극우에 치우치는 것에 실망해서 교회를 떠나는 젊은 세대가 많다. 우파 중에서도 극우파만 리더 주변에 모여든다. 그러다 보니 (기독교 지도자들이) 극우적 언행을 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그들은 전광훈 목사 개인에게 세뇌를 당한 게 아니고 이미 기득권 언론, 주변 극우 시민들, 친지들의 영향 속에서 생각이 굳어진 사람들이다. 이런 때에 마침 전 목사가 나와 이들이 보기에 사이다 같은 발언을 하니 열광을 하는 것이다. 기득권 언론이 끊임없이 진실을 호도하고, 문재인은 빨갱이이며 남한을 들어 북한에 갖다 바칠 사람 등이라는 식으로 색깔을 입혀 왔다. 바로 이것이 우파 신도들이 광화문에 모이게 한 원동력이 됐다. 기독교 뿌리가 원래 평양인데, 6.25 전쟁을 전후해 대부분 남하했다. 그런 이유로 기독교 세력은 공산주의에 태생적으로 뿌리깊은 반감을 갖는다."  

종교사회학을 연구 중인 김현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전 목사 같은 정치목사가 평신도를 대규모로 동원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기본적으로 한국 기독교가 반공주의 이데올로기를 깔고 있고 그 위에서 '기독교인이라면 당연히 문재인정권을 반대해야 한다'는 식으로 정치목사들의 정치행위를 기독교의 신앙 논리로 정당화시키면 신도들이 거기에 더 쏠리고, 설득이 되기 때문"이라면서 "텃밭이 이미 보수적 상태기 때문에 조금만 자극을 주면 극우파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이 언급한 기독교의 신앙 논리는 '정치권력은 원래 신의 것이기 때문에 신에게 돌려줘야 한다' '대한민국은 하나님의 나라다' '하나님께서 세운 나라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통치가 임해야 한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 있다'는 등의 한국 기독교 특유의 인식으로 이승만정권 때부터 있었다고 한다. 

김 연구원은 "그래서 하나님을 잘 믿는 사람들이 나라를 지배해야 한다는 신학적 내용(정치종교론)으로 정치참여,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정당화 한다"면서 "그런 논리에서 신도들은 전 목사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따른다"고 짚었다.   

그는 또 평신도들은 이렇게 기독교 신앙논리에 쏠리지만 정치목사들은 다른 이해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엘리트 상층부는 기독정당을 만드는 등 기존 정치권으로부터 주목받고 몸값을 높이려는 전략이 있다"면서 "반면 평신도들은 기본적으로 반공주의에 동원되는 측면이 있고, 성소수자 등을 다룬 차별금지법 같은 정책이 자신들이 믿는 신앙과 어긋난다고 보아 (실제와는 달리) 해당 정책을 추진한다고 생각해서 문재인 정부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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